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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미래세대로 부친 채무상환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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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사와 정부 관료 사이에 경제정책을 놓고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은 늘 있어왔다. 전자는 이상에, 후자는 현실에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교수 출신의 청와대 인사들은 ‘새로운 세상’을 말했지만, 경제관료들은 이를 ‘현실성 없는 무지개’라고 보았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당시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전 경북대 교수는 “경제관료들은 시야가 좁다”고 비판했다. 당시 경제부총리는 김진표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갈등 끝에 이들은 1년 만에 모두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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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적극적인 확대재정을 놓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기재부가 건전재정을 이유로 확대재정에 난색을 표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불만을 표한 것이다. 지난 16일 세종에서 열린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 초반대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9.5%로 추산되는 만큼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는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국제기구 권고에 따르면 국가채무 비율 60% 정도를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삼는다”며 홍 부총리가 제시한 40%의 근거를 따졌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2015년 야당 대표 시절에는 40% 고수를 주장했다가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금 돈을 쓰지 않으면 파국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기재부는 ‘정부지출의 확대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맞선다. 청와대는 심각한 노인빈곤 및 고령화 대응, 국제기구의 확장재정 권고 등을 논거로 삼는다. 그리고 국채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지금 국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하는 것이 지출이 적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재부는 고령화·통일 등 향후 재정소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재정지출 확대에 부정적이다. 2011~2016년 300조원대였던 정부지출 규모가 2017년 400조원을 넘고 내년에는 500조원으로 점프해 재정 확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기재부 어느 쪽이든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어떤 길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길이냐는 것이다.

건전한 재정의 유지는 안정적인 국가경제 운용의 출발점이다. 과도한 채무가 어떤 사태를 초래하는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서 경험한 바 있다. 경제대국이나 대규모 경제권에 속한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외풍에 흔들릴 취약한 구조다. 건전재정은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이겨낼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복지비용을 포함해 정부가 지출해야 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복지비용은 한번 늘면 줄지 않는다. 또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빠르고, 저출산은 심각하다. 쓸 돈은 많은데, 돈 버는 사람은 부족하게 될 것이다. 또 부채가 짐이 되지 않으려면 경제성장률이 이자율보다 높아야 한다. 그러나 경제발전의 성숙 단계에 있는 국가들처럼 한국도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다. 부채가 쌓이면, 이자 상환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빌려야 하는 처지까지 올 수 있다. 그리고 공기업부채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국가채무가 60%를 넘었다는 말도 나온다. 적극재정을 하지 않아도 돈 쓸 일이 많고, 국가채무 비율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의 성쇠에 천착한 글렌 허버드는 <강대국의 경제학>에서 “지난 수십년간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재정불균형이 심화됐다”면서 “이는 대통령과 의원들의 목표가 장기적인 국가성장이라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재선이었기 때문”이라고 갈파했다. 선거는 정치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비합리적인 정책을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법을 무시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가 하면, 돈을 풀어 전 국토를 공사판화하는 게 현실이다.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대하겠다면, 그만큼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빚은 언젠가 청구서로 날아오기 때문이다. 재정 투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되지 않아야 한다. 먼저 건전재정을 위협하는 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경제·노동 분야에 고착화된 비능률과 후진성을 탈피하기 위한 구조개선도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증세 카드도 적극적으로 내밀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세금은 덜 내고 복지혜택은 많이 받으려고 한다. 정치인들은 ‘우리는 과거 정부와 다르기 때문에 그걸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래를 담보로 한 과도한 지출에 따른 짐은 누가 질 것인가. 세상엔 공짜가 없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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