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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말기환자 호스피스’ 헌신한 목사이자 의사 황승주 원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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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때 민청학련으로 제적

간첩사건 누명 고초 희귀질환 얻어

목회자 활동 50살때 늦깎이 전문의

완화의료 전문 ‘새오름호스피스’ 운영



한겨레

의사이자 목사로 말기암 환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헌신해온 황승주(사진) 새오름 호스피스 가정의원 원장이 지난 2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9.

1950년 황해도 연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열흘만에 한국전쟁으로 피난해 인천 무의도에서 자랐다. 1969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으나 본과 3학년 때인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당했다. 기소유예로 풀렸났으나 76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간첩 누명을 쓴 그는 억울함에 옥중에서 자살 시도까지 했다. 풀려난 뒤 신학 공부를 하던 그는 원인불명의 병으로 3년간 앓다가 요양차 귀촌해 81년부터 전도사로 목회활동을 시작한다. 1994년 20년만에 복학해 본과를 마친 그는 2000년 가정의학 전문의를 따고 무의촌 진료 봉사 활동 때 인연을 맺은 시흥의 신천연합병원(원장 양요환)에서 말기암 환자들을 진료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말기암 환자들을 위한 ‘새오름 호스피스’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었고, 때로는 직접 방문진료도 했다. 2007년 암환자의 95%가 호스피스 지원을 받는 영국의 의료 현장을 체험한 그는 본격적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완화의료 기관 설립에 나선다. 2014년 새오름 가정의원을 열었고, 그해 말 보건복지부로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으로 인정받았다.

황 원장은 말기암 환자가 암의 진단부터 치료 과정은 물론 임종에 이르기 동안 겪게 되는 정신적 사회적 고통까지 덜어줌으로써 인간다운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갖가지 노력을 펼쳐왔다. 병원에는 환자들이 정신적으로 쉴 수 있도록 정원을 꾸며 놓기도 했다. 치료비로 전 재산을 날리거나 소득이 없어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후원금을 모아 지원했다. 그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를 키우는 데에도 힘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16년 ‘제4회 호스피스완화의료 기념식’에서 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센터장은 “황 원장은 의대생으로는 드물게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어 고초를 겪고 그 후유증으로 희귀난치질환인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늦깎이 전문의가 되어 말기암 환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화순(간호사)씨, 딸 황나래·아일씨, 사위 한용희·로버트 스트렘멜이 있다. 빈소는 가톨릭대부천성모병원, 발인은 24일 오전 6시 열릴 예정이다. (032)340-7300.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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