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2640235 0432019052252640235 04 0401001 6.0.13-RELEASE 43 SBS 0

[취재파일] 지금 워싱턴에선 北核이 밀려나고 있다

글자크기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 D.C.에서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여야 대표단이 특파원 간담회에서 전한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에서 북핵 이슈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고, 이런 기류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가속화할 거라는 게 의원들의 분석이다. 최종 해결까지 최장 2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제재가 유지되는 한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협상술의 차원이 아니라, 협상 자체의 동력이 상실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한미 의회외교포럼 소속 대표단은 워싱턴에서 사흘에 걸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한 행정부 인사들과 미 상·하원 의원 10여 명, 그리고 전문가 집단을 만나고 있다.
의회외교포럼 위원장인 정세균 前 국회의장은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2016년 미국을 찾았을 때는 북핵 문제가 정말 심각한 국면이어서 미국 내 분위기가 매우 격앙되고 강·온이 혼재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는 관심이나 열기가 좀 식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 전 의장의 전언(傳言)을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덜 완곡하게 풀었다. 정 의원은 "하노이 회담 전과 후의 기류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그 이전에는 북한 핵 문제가 미 조야의 우선순위에서 꽤 상위에 있었는데 이번에 와서 보니 굉장히 후순위로 밀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그 배경에 대해선 "미국 의원들에게 물어보니 미국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건 국내 문제가 중심이어서 외교적 문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며 "와서 보니 선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북핵 문제가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 전언

미국 내 이슈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비리 의혹에 대한 의회 조사와 낙태 금지법을 둘러싼 찬반 논쟁, 국경 장벽 건설과 이민 정책이 대선 소재로 불붙고 있고, 외교 현안 가운데에선 중국과의 무역 전쟁, 일촉즉발인 이란과 중동 문제, 미국과 가까운 베네수엘라의 비중이 워낙 커지다 보니 북핵 문제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불량 국가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내 매파 사이에서 외교적 해법을 앞세운 비둘기파들의 '고군분투(孤軍奮鬪)'도 간담회의 화제였다.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미국 협상파들은 북한에 비핵화의 최종단계(end state)와 그에 이르는 일정표(road map)를 나름 세밀하게 제시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만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이 영변만 이야기하고 제재 해제를 요구하니 회담이 꽉 막혔었던 것 아닌가? 로드맵의 각 단계에 대한 북한의 코멘트가 있었음 좋은데 벽에 부딪힌 거다. 이런 상황이면 누구라도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노이 회담 결렬 상황을 복기했다. "그럼에도 (미국 내 협상파들이) 협상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며, 오히려 협상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방법을 잘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이 의원은 전망했다.

북핵 해결의 방법론과 관련해선 일괄타결식 '빅딜'보다는 단계적 해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확연히 다수를 이뤘다고 한다. 이수혁 의원은 "서울에선 하노이 회담 결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해결 방법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로 바뀐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는데, 이번에 와보니 미 의원들로부터는 단계적 해결이 현실적이지 않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 전언

다만, 단계를 밟아 비핵화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데 걸리는 총 시간량은 예측불허라는 게 미 의회의 견해였다. 정병국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는 앞으로 2, 3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10, 20년을 말하는 분도 있었다. 이 또한 하노이 회담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청사진과는 확연하게 다른 미국 민주당식 계산법이다.

북핵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이 어디를 향하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의 추가 위협이 없고 미군 유해와 인질이 돌아왔다는 지금까지의 성과로 대선을 치르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워싱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제재 해제에 목마른 북한이 이런 셈법을 못 견뎌 한다면 지금보다 더한 도발로 미 대선판을 흔들 공산이 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반도에 전가될 것이다. 미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노동절(9월 초)까지는 이제 넉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다음 달 서울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상 재개의 실마리를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하고 절실해지는 이유다.

▶PLAY! 뉴스라이프, SBS모바일24
▶[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네이버 메인에서 SBS뉴스 구독하기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