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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친생자추정 공개변론…'타인 인공수정도 친자인가'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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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유전자 검사 가능" 판례 변경 주장

"제3자 인공수정 동의때는 친자 유지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공개변론이 열린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2019.05.22.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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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타인의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에 대해 친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는지를 놓고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양측은 친자추정 예외 요건을 확대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친자추정은 혼인 관계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식으로 추정하는 민법 제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심판정에서 A씨가 자녀 둘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A씨의 전 부인 B씨는 제3자 인공수정으로 첫 아이를 출산했으며, 이후 다른 남성 사이에서 둘째 자녀를 임신했다.

A씨는 둘 모두 친자녀로 출생신고했고, 이후 B씨와 협의이혼 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을 상대로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 844조에 따르면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고, 이를 부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척기간 2년 내 친생부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3년 이후 부부가 같이 살지 않는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을 경우 친생부인 소송이 아니더라도 친생추정을 부인할 수 있다는 판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과학기술 발전과 가족관계 변화 등으로 친생추정 예외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공개변론을 열어 각계 의견을 듣기로 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유전자나 혈액형 검사 등 사실적 기준으로 친생추정을 판단해야 한다"며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남편 동의 없는 인공수정이나 혼외 혈연관계 ▲자녀가 성인이 됐거나 생부가 양육할 수 있는 경우 ▲가정 파탄으로 가정보호 법익이 없어진 경우까지 친생추정 예외 요건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피고 측 대리인은 "친생추정 예외를 확대하면, 출생시엔 친자관계였지만 나중에 부인될 수 있어 자녀의 신분관계가 불안정하다"며 "가정 평온과 자녀의 복리 보호라는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아버지에 대한 부양청구권과 상속권이 상실되는 파급효과도 있다"면서 "부부관계 파탄은 자녀의 귀책사유가 아닌데, 이를 예외로 인정해 생물학적·법률적 아버지가 없게 만드는 게 합당하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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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 참고인인 차선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편이 동의한 제3자 인공수정의 경우 입양 관련 법리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친생부인 소송 제기 자격을 부모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자녀는 당사자 의도와 상관없이 생부와 친자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피고 측 참고인으로 나선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3자 인공수정에 동의한 부모는 친생추정 예외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밝힌 언행과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금반언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다만 친생추정 예외 요건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는 폐기하되, 기술 발전으로 혈연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친생부인 소송이나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다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관들은 양측 대리인과 참고인에게 질문을 던지며 논의를 확장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제3자 인공수정 당시 동의했다가 나중에 이혼했다는 이유로 친자를 부인하는 게 타당한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대리인은 "민법은 친생자 관계 기준으로 혈연결정주의를 채택했다"며 "제3자 인공수정 자녀도 무조건 친자로 인정하면 친자가 아닌 자녀를 친자로 인정하는 것으로,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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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숙 대법관은 "제3자 인공수정에 동의한 남편은 친자관계 부정이 전면 금지되고, 부동의한 남편의 경우 소송으로 쉽게 부인할 수 있게 하는 건 차이가 너무 커 부자연스럽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 교수는 "제3자 인공수정에서 남편의 동의는 정상적인 임신의 성적 교섭과 같은 역할"이라면서 "성적 교섭 자체가 아이를 평생 책임져야 하다는 출발점이 되듯, 인공수정에서 동의도 그와 같이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서면을 통해 "과학적 방법으로 혈연관계 불성립이 확인되면 친생추정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지만, 남편이 제3자 인공수정에 동의한 경우에는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친자 동의를 한 부부에게만 인공수정 시술이 가능한 만큼, 아이의 안정된 양육 환경을 위해 판례를 변경해선 안 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추후 선고 기일을 지정할 방침이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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