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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저작권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 / 오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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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경미
문화정책 연구자


지난해 방영된 법정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속기사이자 웹소설 작가였던 ‘도연’을 기억하는가? 드라마 속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은 창작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기존 직업을 포기하지 않고 여유시간으로 활동이 가능한 꿈의 직업으로 그려졌다. 도연은 두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완벽한 슈퍼걸로 그려졌다. 아쉽게도 드라마 속 웹소설 작가와 현실 웹소설 작가들의 실상은 거리가 아주 멀다.

대부분의 웹소설 작가들은 고료나 계약금 없이 출판사와 계약한다. 계약 후 보통 150~300편 정도의 분량을 갖추고 연재를 시작하므로 6개월에서 1~2년의 기간 동안 보상 없이 작품을 준비한다. 웹소설 작가들이 겸업하는 이유는 창작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웹소설은 플랫폼 형태의 유통사를 거쳐 독자에게 판매된다. 판매는 출판사와 유통사의 계약으로 이루어지므로 작가들은 출판사가 유통사와 해당 작품에 대해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는지 알 수 없고,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자기 작품의 총매출에 대한 원장부도 확인하지 못한다. 작품을 매절로 계약한 경우는 해당 작품의 판매고 자체를 작가가 확인 못 한다. 출판사가 임의로 폐업신고를 하고 플랫폼에서 정산받은 수익을 작가에게 분배하지 않고 잠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출판사가 계약해지 된 작품을 플랫폼에서 내리지 않고 작가 몰래 계속 판매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잦다.

플랫폼의 높은 판매 수수료도 문제다. 플랫폼은 30~50%까지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작가들에게 웹상 좋은 조건의 노출을 제안하며 수수료를 과도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수익을 내는 플랫폼이 적어 작가들은 플랫폼이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해도 거절하기 어렵다. 플랫폼은 이를 악용해 2차 저작권, 영화, 드라마, 웹툰 제작 권리를 양도하거나 사업독점권을 갖는 조항들을 계약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런 현실은 비단 웹소설 작가들만의 것이 아니다. 플랫폼을 통해 창작물을 유통하는 웹툰 작가, 뮤지션 등 디지털콘텐츠 영역의 창작자들도 겪고 있다. 출판사와 작품을 매절로 계약하거나, 작가가 모르는 사이 출판사가 책을 재인쇄하거나 작품의 판매고를 작가에게 알리지 않거나, 계약서상의 조항을 출판사에 유리하게 해석해 2차적 저작물을 작가와 상의하지 않고 제작하거나 부당이득을 편취하는 사례는 종이책 작가들에게 흔한 일상이었다.

창작자들은 갑과 을의 계약을 사적 자치 원칙에 맡기는 한국의 현행 저작권법이 창작자들을 불리한 위치로 내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상위 랭크 창작자가 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개인 저작자 대부분은 갑이 내민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계약이 해지되지 않는 이상 작가에게 불리하게 체결된 계약을 되돌릴 수도 없다. 독일 등 서구권에서는 한국과 달리 저작권 계약을 자유시장원리에 맡기지 않고 창작자가 불리한 계약을 맺었을지라도 추후에 공정한 보상,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창작자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사단법인 오픈넷과 함께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하고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저작권 계약의 사적 자치 원칙의 예외 마련, 장래 창작물 등에 대한 포괄적 양도 금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지할 수 있는 조항, 저작권 및 저작물에 대한 대가가 정당하지 않은 경우 저작자가 추후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다. 또한 계약상 불확실한 조항은 저작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원칙, 저작물을 통한 수익을 추적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해 창작자와 이용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는 안전망까지 마련해두었다. 개정안 통과는 창작자들이 창작환경을 개선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창작자들은 법안이 조속히 발의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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