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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왜냐면] ‘노인요양 구하기’는 전문인력 양성부터 / 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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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병식
재가장기요양기관 서울노인복지센터 대표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겨레> 4월30일치 칼럼 ‘수익사업이 된 노인요양 구하기’에서, 노인요양 현장에서 노인학대가 10여년 동안 6배가 늘었고 인력 배치 기준을 위반한 시설이 70% 가까이 되고 최하위 평가를 받은 기관이 2년 뒤 같은 평가를 받으며, 노인을 폭행한 요양보호사와 원장을 계속 방치하는 노인요양을 구하려면 공공 요양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이런 주장에 필자는 어느 정도 찬성한다. 하지만 공공 요양시설을 늘리기만 하면 노인요양 시장을 구할 수 있을까? 불법을 저지른 인력과 시설이 그대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장기요양 현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요양 인력의 대부분은 요양보호사다.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240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론강의 80시간, 실기연습 80시간, 현장실습 80시간이다. 교육 내용은 요양보호개론과 기초지식이 38시간, 기본요양기술과 가사, 의사소통, 서비스 지원 등이 94시간, 특수요양기술이 28시간이다. 여기에는 실기연습 시간이 포함돼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를 보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미성년자가 전문학교에서 2년간 2145시간을 공부한다. 3년간 공부하는 곳도 있다. 남녀 비율도 반반으로 비슷하다. 교육 내용은 인간의 이해와 사회의 이해 등을 240시간 배우고, 요양기술에 해당하는 개호과목은 810시간에 현장실습 450시간, 신체와 정신 과목에서는 의학, 심리학 등 405시간, 그밖에 음악, 체육 등 240시간을 공부한다. 물론 일본도 학원에서 140시간 교육받은 사람이 방문요양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있지만 요양 현장의 근간이 되는 직종은 2~3년간 개호복지를 공부한 개호복지사다. 올해의 경우 개호복지사 시험에 응시한 사람 중 전문학교 출신은 6225명, 복지계통 고등학교 출신은 3189명으로 합계 9414명이다. 이들이 일본 노인요양의 앞날을 책임지고 있다.

이쯤 되면 전문성에서 현저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누구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145시간 교육받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240시간 교육받은 사람을 요양에 관한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과 일본의 요양 인력 양성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첫째, 교육시간이다. 교육시간이 왜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전문가 양성이 아니라 일반적인 도우미를 양성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을 돌보는 기술은 전문적인 기술이 아닌 일반적인 돌봄 방법만 익혀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식사, 배설 같은 기본요양기술이나 가사 지원 위주의 교육 내용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하는 지식은 배우기 어렵다.

둘째로는, 일본 개호복지사와 한국 요양보호사의 일할 수 있는 시간에서 차이가 난다. 일하는 기간이 짧다는 것은 새로운 인력이 계속 충원되어야 하고, 사람과 사람 간 기술 전수가 잘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일본 개호복지사가 20살에서 60살까지 일한다면 40년을 일하게 된다. 요양 현장에서 어르신을 상대하는 기술이 전수될 수 있고 최고 책임자가 되어 요양시설 운영의 노하우도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요양보호사는 50~60대 여성이 주류이다. 일을 한다면 얼마를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나이가 들면 병들고 나약해진다. 젊었을 때 왕성하게 활동하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면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전문성이 없으면 대처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노인학대가 일어날 수 있다. 삶의 질이 윤택하도록 돌봐주기는커녕 오히려 의욕을 꺾는 행위를 하게 된다. 전문성이 없는 요양 인력에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요양 현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또한 전문가가 없는 공공 요양시설이 신뢰할 수 있는 요양시설이 되기도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지금 당장 요양 전문가를 양성할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공공 요양시설도 있어야 하지만 전문 인력 양성은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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