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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51>'인보사 사태', 이제 식약처 대응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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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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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세계 최초의 동종세포 유전자 치료제이자 국내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지만 세포가 허가된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신장유래세포라는 것이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과정에서 밝혀졌다. 허가 1년여 만에 제조와 판매가 중지되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한 언론사는 이 일을 '제2의 황우석 사태'라는 표현으로 심각성을 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까지 국내 투여 건수 총 3957건, 중복 투여를 고려해도 환자 수를 34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탓에 1회 주사 비용은 무려 600만~700만원에 달했다.

거기다 만일 인보사가 신장유발세포를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종양을 유발할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비록 식약처가 “지금까지 수집된 이상 사례에서 인과관계가 확인된 종양 발생 사례는 없다”고는 하지만 환자에게 투여된 지 길어도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종양 유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듯하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주장처럼 문제의 유전자 전달체가 사멸되는지 확인 시험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환자에 대해 장기 추적 조사를 한다는 계획도 언급한 바 있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사태가 점입가경인 것은 비단 이 같은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이 문제가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는 엉망이 됐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 8만여명에게서 증발한 지분 가치만 약 4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은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지난해 11월 말 퇴진을 선언하면서 40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챙겼다고 소식도 있다. 그동안 코오롱 측은 세포가 뒤바뀐 사실을 올해 2월께 알았다고 했지만 이미 2년 전에 세포 성분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과도 관련된 부분이다.

이 같은 은폐가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더 심각해진다. 이제껏 인보사 개발 명목으로 투입된 정부의 연구개발(R&D) 부문 예산이 국가R&D 통계 기준으로 130여억원이라거나 1999~2017년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 R&D에 들어간 정부 예산이 약 82억원이라는 한 R&D 전담 기관의 백서를 인용한 보도도 있었다. 또 R&D비의 절반 이상이 정부지원금이었다는 일설마저 사실로 밝혀진다면 공공R&D 지원의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임상시험 과정에 확인된 이 같은 사실을 식약처가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시판 허가를 내줬다는 것에도 의문투성이다. 식약처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듣는다면 인보사가 연골유발세포 여부, 전달세포 사멸 여부 등을 제조사 말만 듣고 확인하지 않았는지도 의혹 대상이다.

이 사태를 맞은 식약처의 대응 자세가 관건이다. 선진국 기관과 비교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거나 허가 수수료가 미국에 비해 턱없이 낮아서 그렇다는 식의 변명이 앞서서는 안 될 것이다. 자칫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것은 이번 사태의 대안으로 적절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이번 같은 혁신 신약에 대해서는 식약처가 더욱 적극 산·학·연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식약처가 혁신 신약 심사 절차를 개선해야 하겠지만 기존 심사에서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자칫 이번 사태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는 논란도 막을 수 있다.

이번 기회로 정원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없어야 한다. 어디서 잘못됐는지 먼저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보사 사태의 심각성은 앞으로의 식약처 대응 자세에 달려 있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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