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시론] 블록체인과 지역화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블록체인은 가상통화(암호화폐)의 필요충분조건일까? 지난해 초 JTBC에서 '암호화폐,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라는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의 요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 있는가?'였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 중의 하나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 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가에 따라 반드시 암호화폐가 필요할 수도, 또는 필요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를 포함한 유ㆍ무형의 자산 관점에서 블록체인 청사진을 설계 및 구현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비즈니스 목적에 따라 익명의 사용자가 참여하는 허가가 필요 없는(permission-less) 퍼블릭 블록체인과 기업용 비즈니스를 위한 허가형(permissioned) 블록체인으로 나뉠 수 있다. 탈중앙화의 속성이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많은 참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보상을 기반으로 한 토큰 방식(암호화폐)이 대부분이지만, 허가형 블록체인은 거버넌스 측면이 매우 강조될 수밖에 없다. 지속 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가 매우 중요한 핵심 역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허가형 블록체인에도 거버넌스뿐 아니라 토큰 기능이 추가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생태계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사례 중 하나로 지역화폐를 생각해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싶은 영역 중 하나가 지역화폐일 것이다.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주된 목적은 역외유출 방지, 지역 경제 활성화다. 그러나 기존 지역화폐는 대부분이 상품권으로 발행돼 유통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며 소비자가 상품권 구매 및 환급의 불편함을 겪게 된다. 상품권으로 발행되는 기존 지역화폐는 근본적으로 지역 내 소비 및 경제 활성화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책으로 발행 및 유통 과정의 최적화, 지속 성장이 가능한 경제 생태계 확보, 사용의 편리성, 인센티브 등의 장점을 두루 갖춘 허가형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기술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통화에 고정된 코인으로 안정적인 자산 가치를 표현하는 프라이빗 디지털 통화(Private Digital Currency)다. 중앙은행이나 지자체에서 발행된 코인으로 통제가 가능한 토큰이다. 암호화폐와는 다른 유형의 토큰이다. 지자체가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우리나라의 지급준비율 제도에 따라 발행량의 25% 이상의 현물을 공인된 금융기관에 담보해야만 한다.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이를 기반으로 신원확인(KYC) 및 자금세탁 방지와 같은 규제 대응, 가상계좌 발행을 통해 사용자가 안전하게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쓸 수 있는 모델로 블록체인의 다양한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첫째, 지자체는 지역화폐의 유통 및 역외유출 경로를 파악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상품권 대비 유통 운영비를 절감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다. 둘째, 사용점은 기존의 상품권 환급 및 신용카드 수수료의 비용을 없애고 POS 단말기 없이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즉시 결제가 가능할 뿐 아니라 고객에게서 받은 지역화폐를 쉽게 이체할 수 있다. 셋째, 소비자는 법정화폐로 언제든지 편리하게 결제ㆍ이체할 수 있고 장ㆍ단기 보유 시 적절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많은 사용이 기대된다. 지자체는 외국인 및 타지인이 방문해 지역화폐를 충전할 때 2~5%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타 지역으로 이동되는 순간 결제 및 이체가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지자체 내에서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다.


역외유출을 막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들도 스테이블 코인 기반의 차세대 지역화폐 모델을 통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자체, 금융기관, 사용점 및 사용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쓰게 함으로써 침체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지자체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국내 규제를 준수하는 동시에 활용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고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박세열 한국IBM 상무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