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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축구스타 미키타리안이 유로파리그 결승 못나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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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헨리크 미키타리안


유럽축구계에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나 유로파리그 등 유럽대항전의 결승전은 각별한 이벤트다. 영광스러운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정든 팀을 떠나 강팀 말석으로 자리를 옮기는 베테랑들의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소속팀이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올랐지만 자의로 결승 출전을 포기한 선수도 있다. 바로 아스널의 미드필더 헨리크 미키타리안(30)이다.

아스널 구단은 2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미키타리안이 유로파리그 결승에 뛰지 못한다. 그가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발표를 하게 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발표했다. 그는 징계나 부상 등이 아닌 ‘제3의 이유’로 결승전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이는 미키타리안이 인구 300만의 동유럽 작은 나라 아르메니아의 국민영웅이기 때문이다. 30일 아스널과 첼시가 맞붙는 2019 유로파리그 결승은 아르메니아의 이웃나라인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린다. 구 소련에 편입돼있던 두 나라는 1990년대 초 나란히 독립한 뒤 갈등을 이어온 앙숙으로 불과 5년 전인 지난 2014년에는 유혈충돌까지 빚었다.

유럽축구계 탑 클래스선수로 독립된 지 30여년에 불과한 아르메니아를 알린 미키타리안은 자국에서 국민영웅으로 환대받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유로파리그를 우승했던 2017년 1급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당연히 결승 개최지인 바쿠에서는 ‘미운털’이 박힌 인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아스널이 유로파리그 4강에 올랐을 때부터 미키타리안의 결승전에서의 안전 문제가 유럽 현지에서 이슈가 됐다. 미키타리안은 지난해 10월 아제르바이잔 클럽인 카라바흐와의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서도 뛰지 못한바 있다. 아스널은 팀의 결승진출이 결정되자 유럽축구연맹(UEFA)에 협조를 요청했고, 아제르바이잔 축구협회가 미키타리안의 입국과 안전보장을 약속했다고 알려졌으나 결국 최종적으로 출장 포기가 결정됐다. 아스널측은 “우리는 미키타리안이 명단에 포함될 수 있는 방법을 철저히 알아봤지만, 미키타리안 및 그의 가족과 논의 후 원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미키타리안은 결승행의 주역이기 때문에 크나큰 손실이다. ”고 아쉬움을 표했다.

미키타리안은 자신의 SNS을 통해 “모든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결승전 최종명단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 경기가 우리에게 자주 찾아오는 기회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함께할 수 없음에 가슴이 아프다. 나는 우리 동료들을 응원할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당초부터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전 개최지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나왔다. 바쿠가 결승전을 보기 원하는 유럽팬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지역인데다가 전쟁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는 등 안보와 치안에서 불안한 국가인 탓이다. 여기에 미키타리안의 출장 포기 소식까지 나오자 UEFA를 향한 축구팬들의 비난이 이어지는 중이다. 아스널 출신의 축구해설가 이안 라이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사태를 평하며 “정말로 UEFA의 망신이자 불명예”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미키타리안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UEFA의 모든 장담이 입에 발린 말이었다. 당신들은 실상 팬들이나 선수들을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말로 분노를 표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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