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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계약만 하면 ‘갑’으로 돌변하는 결혼정보업체, 그들만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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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율이 역대 최저라지만 결혼 상대를 만나려고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의 경우 회원이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환불을 요구할 때 제대로 안 해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남성회원이 부족하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회원으로 가입시킨 곳도 있습니다.

상담하러 방문했다가 할인 미끼에 '덜컥' 계약...계약하는 순간 '갑' 아닌 '을'

전문직 여성 김 모 씨. 결혼할 생각은 있지만 한창 일에 몰두하다 보니 짝을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친구한테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전문가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씨가 3월 말 D 업체를 방문했을 때는 상담만 받고 다른 업체들과 서비스를 비교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담한 날에 계약하면 10% 할인해준다는 말에 270만 원짜리 서비스의 계약서에 사인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며칠 동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지인들 얘기를 듣고는 이곳에서 서비스를 받으면 안 되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직 사람을 한 명도 소개받지 않은 상태에서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80%밖에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80%도 환불을 계속 미루더니 두 달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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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모 씨도 G 업체에 상담받으러 갔다가 이날 계약하면 10% 할인해준다는 말에 1년에 10회 서비스를 3백여만 원에 가입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계약서를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10회가 아니라 5회라고 돼 있던 겁니다. 다음날 바로 매니저에게 메신저로 이유를 물었더니 이해하기 어려운 답을 합니다.

"5+5회입니다. 어제 추가 약정서 5회 쓰셨어요. 계약서는 공정거래약관에 횟수 5회로 환불규정이고, 추가약정서 5회 쓰셔서 10회입니다."

또 이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매니저 설명과 달리 자신이 말한 조건의 남자는 2%도 안 되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후기를 보니 본문 내용이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박 씨 역시 한 명도 소개받지 않은 상태에서 환불을 요구했는데 80%밖에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서비스도 안 받았는데 위약금 20%?

이렇게 상대를 소개받기 전에 환불을 요구해도 업체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공정위 표준약관에 따라 20%는 줄 수 없습니다."

공정위에 등록된 '국내결혼중개 표준약관'을 보면, 회사의 무책임하게 회사가 주선한 만남 개시 전에 계약이 해지되면 가입비의 80%를 지급하게 돼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의 책임으로 만남 전에 계약이 해지되면 가입비의 120%를 지급하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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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알고 싶은 건 20%라는 위약금 비율입니다. 헬스클럽에 등록했다가 해지해도 위약금은 10%, 국제결혼중개도 위약금이 10%인데 왜 국내 결혼중개에서는 위약금이 20%나 될까. 소비자들이 한결같이 불만인 사항입니다.

공정위에 물어봤더니 시간은 2001년으로 돌아갑니다. 당시 결혼정보업계의 표준약관이 없어 결혼정보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표준약관을 공정위가 심사해 받아들였는데, 그때 정한 20%라는 위약금이 19년째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겁니다.

이 20% 위약금 문제를 비롯해 계약을 둘러싼 분쟁은 식을 줄 모릅니다. 최근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결혼중개서비스 피해구제 건수는 1,330건이었는데 이 중 95%가 계약과 관련한 분쟁이었습니다. 피해구제 신청을 포기하고 상담만 한 소비자까지 합치면 피해는 이보다 큽니다.

이렇게 소비자의 불만은 많지만, 업체나 소비자원은 '공정위 표준약관'에 20%라고 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소비자의 목소리는 반영될 틈이 없었습니다. 공정위가 나서서 약관을 고치지 않는 한 소비자는 계약했다가 당일에 환불을 요구해도 20%는 꼼짝없이 떼이는 겁니다. 300만 원짜리 서비스였다면 60만 원, 천 만 원짜리 서비스였다면 2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서비스 10회라더니 '5+5회'?...업체의 꼼수 계약

앞서 박 씨의 사례에서처럼 상담할 때는 10회 서비스에 대한 가입비라더니 계약서에는 5회라고 돼 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소비자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공정위 약관상 5회이고….'라는 말을 합니다. 소비자는 대부분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공정위가 횟수를 5회로 제한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이 말은 공정위 약관에서 인정하는 서비스 횟수로는 딱 5회만 올리겠다는 뜻으로 매우 주의해야 할 말입니다. 현행 약관상 '회사 책임이 없는 한' 환불금액은 아래와 같습니다.

1회 만남 이후 해지된 경우
(횟수제) 회원가입비의 80%×(잔여횟수/총횟수)
(기간제) 회원가입비의 80%×(잔여일수/총일수)

예를 들어, 가입비 300만 원을 내고 1번 만났다면 총 서비스 횟수가 10회일 경우 300 * 80% ×(9/10) = 216만 원 돌려받을 것을, 5회 서비스라고 하면 300 * 80% ×(4/5) = 192만 원만 돌려받는 겁니다. 따라서 상담한 매니저가 10회 해준다고 했으면 반드시 계약서에도 10회라고 표기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책임 떠넘기려고 소비자원에 허위 답변서까지?

좀 더 억울한 사연도 있습니다. 1월에 P사에 상담하러 간 이 모 씨가 원래 가입하려 했던 서비스는 200만 원대. 하지만 매니저의 설득으로 전문직 남성 두 명 만남에 595만 원짜리 서비스에 가입했습니다.

그러나 소개받은 공무원 A 씨는 전날 밤 약속 시각을 변경하더니 만남 당일 두 시간 전에 약속을 취소했습니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이 씨는 업체에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매니저는 A 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이 씨를 설득해 A 씨와 약속을 다시 잡았고, 같은 날 변호사 B 씨까지 만나보라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B 씨를 먼저 보고, 이어 A 씨를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만남 당일 B 씨 역시 약속 시각에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매니저에게 연락해서 알아보니 B 씨는 전날 술을 마시고 핸드폰을 잃어버린 뒤 다음날 약속 시각이 다 되어서야 A 씨의 매니저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겁니다. 두 번 연속 바람을 맞은 이 씨는 남은 A 씨도 볼 생각이 더는 없다며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매니저는 그 경우 A 씨를 안보는 책임은 이 씨에게 있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다시 말해 위약금 20%를 물리는 것뿐 아니라 횟수도 차감해서 가입비 595만 원 중 357만 원을 돌려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 씨는 할 수 없이 A 씨를 기다렸지만 A 씨는 앞에서 차 사고가 나서 차가 막힌다고 하더니, 급기야 '사실은 내 차가 사고가 났다'며 현장 사진을 보냈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이씨가 며칠 뒤 사진에서 보이는 차량번호를 인터넷에서 조회해보니 과거에 난 사고였습니다.

이 씨가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자, 업체는 이 씨가 상대를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서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허위 답변서를 냈습니다. 이 답변서는 이 씨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덕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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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그날 약속한 장소의 주차장에서 나간 시각을 근거로 A 씨를 한 시간 이상 기다렸다며 이의제기를 한 상태입니다.

'알바 회원' 있을까?...결혼까지 한 회원을 본인 몰래 가입시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상대를 소개받았던 제보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종종 상대가 '알바 회원'인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돈을 내지 않고 가입한 무료 회원으로 상대의 만남 횟수를 채우기 위해 나온 것 같다는 겁니다. 만남에 성의가 없거나, 다음에 또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연락이 없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의사인 지인을 시켜 유명 업체에 상담 전화를 걸도록 했습니다. 매니저의 답은 이랬습니다.

"11만 원에 15회…여자들이 물으면 천100만 원 냈다고 그래야 돼요. 여자들은 최소한 620, 890, 천390, 2천200(만 원)... 이런 회비를 내고 하는 거예요. 절대로 11만 원 이런 얘기 하면 안 돼요."

어떤 남성은 가입기간이 끝났는데 다른 업체의 매니저가 회원정보를 가져가면서 이 업체에 무료로 가입됐습니다.

심지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 회원으로 가입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 모 씨는 지난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누가 이용했나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가 이상한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자기가 가지 않는 곳의 주민센터에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가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해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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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G 결혼정보업체 직원이 이 남성의 이름으로 조립식 도장을 만든 뒤 위임장에 찍어 민감한 증명서 4종을 신청한 겁니다. 특히 부모의 재혼 여부나 이복형제 정보까지 확인 가능한 제적등본까지 신청했습니다. 놀란 이 씨가 해당 동사무소에 가서 이 위임장을 찾다 보니, 서류 파일에는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형태의 도장이 찍힌 위임장들을 수백 장 있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이 업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회원 가입 여부를 따졌더니, 위임장을 떼 가고 며칠 뒤 본인이 만 원에 회원으로 가입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씨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위임장을 떼 간 전달에 혼인신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이번 일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성혼율 같은 중요 정보는 감추고…. 과장·허위 광고

인터넷 맘 카페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결혼정보업체 이용 후기를 보면, 본인이나 지인이 업체를 통해 결혼했다며 업체의 장점을 열거합니다. 본문을 들여다보면 내용이나 자료사진이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취재진이 기자라고 밝히고 이런 글을 올린 블로거 두 명에게 이메일로 물어봤습니다. 진짜 본인이 해당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게 맞냐고. 한 분은 솔직히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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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블로거는 이메일을 읽고서도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답을 한 블로거에게 돈을 받았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이 블로거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라며 구체적 액수는 말을 아꼈지만, 돈을 받고 쓴 글이라는 건 인정했습니다.

어떤 업체는 홈페이지에 '고객사'라며 국내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 대학교, 언론사, 해외 명품 회사 로고를 올려놨습니다. 심지어 최근까지는 KBS까지 올려져 있었습니다. 고객사로 기재된 기업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알고 보니 강연이나 행사, 방송 출연 등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으면 일단 이름을 올려놓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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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결혼정보업체는 취재가 시작되자 문제의 게시물을 모두 내렸습니다. 취재진은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해명을 들으려 연락을 했지만, 담당자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유료' 가입자 수, 성혼율 등 정작 필요한 정보는 감추고, 거짓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지만,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런 일들이 왜 잘 안 알려져 있을까요? 피해를 본 소비자가 인터넷에 피해 대책 카페를 만들거나 이용 후기를 올리면 해당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통해 글을 내리게 하고, 게시자에겐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죄를 걸어 정신적으로 괴롭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본 피해를 다른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어도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게 현실입니다.

제목 : [반론보도] ‘허위 광고로 미혼 가입자 유인한 결혼정보업체’ 관련

위 보도와 관련해 해당 결혼정보업체는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고객사들 중에는 계열사에서 이미지 컨설팅 교육을 실시했던 곳이 포함되어 있었고, 해당 사실을 명확히 표기하였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최서희 기자 (yur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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