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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경찰개혁 핵심 '국가수사본부'는 한국판 FBI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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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 오전 국회에서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당정청 협의회가 열렸다. 강기정 정무수석, 조국 민정수석(왼쪽부터)이 기념촬영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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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이 발표한 경찰개혁안에 담긴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독립된 수사조직이다. 국가경찰로서 광역단위의 사건 처리까지 맡는다. 국가경찰은 광역지자체의 생활안전 분야를 담당하는 자치 경찰과는 구분된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판 FBI(미국 연방수사국)’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국수본은 정보업무는 다루지 않는 데다 경찰조직 안에 편제되는 등 FBI와는 다른 면도 있다.

닮은 듯 다른 국수본과 FBI
현 개혁안의 국수본은 1차 수사권과 종결 권한을 갖는다. 경찰청장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다. 수사지휘는 국수본 내부에서만 이뤄지도록 했다. 외압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미 법무부 산하지만 완전히 독립된 수사조직인 FBI는 이미 과거부터 개시권은 물론 종결권 등 수사와 관련한 권한이 부여돼 있다. 독립 수사조직이라는 점에서 FBI와 유사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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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수사국인 FBI. [사진 FBI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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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수본과 FBI는 광역단위 수사를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국수본이 설치되면 한국의 경찰조직은 큰 틀에서 국가·자치경찰로 나뉜다. 미국의 경우도 연방·자치경찰로 구분되는데 미국 자치경찰의 경우 국내 자치경찰과는 달리 미국은 대부분 강력사건도 다룬다.

하지만 정보업무를 놓고는 둘의 차이가 분명하다. 국가경찰 체계에서 정보업무는 국수본이 아닌 일반 경찰이 다룰 가능성이 크다. 반면 FBI는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이후 산하에 정보부서(Office of Intelligence)를 신설, 중대범죄 예방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수본이 국가경찰이라는 틀 안에 포함돼 있다는 점 역시 FBI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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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사라진 경찰청 조사과 사직동팀. 청와대 하명수사를 수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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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수사 조직 우려 커져
한국판 FBI인 국수본 본부장 자리를 놓고 벌써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에게 임명 권한이 있는 국수본 본부장은 경력 10년 이상의 법률학·경찰학 교수, 변호사 등도 자격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인 김재원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수본 구상은 외부인을 경찰 수사조작의 총수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한홍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친여 성향인)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을 국수본 본부장에 앉혀 두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윗선의 부당한 압박 등을 차단하려 새로운 수사지휘 체계를 도입하려는 것”이라며 “국수본이 탄생하면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수본 탄생까지는 첩첩산중
국수본이 신설되려면 경찰청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 패스트트랙(우선 처리 법안)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경찰청법은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과도 맞물려 있다. 한쪽이 틀어지면 반쪽짜리 법안이 된다. 한국당은 당·정·청협의회 하루 뒤인 이날 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수본에 대해 ‘하명 수사본부’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신설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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