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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인터넷 떠도는 ‘농약맥주 리스트’ 누가 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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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최근 급속도로 퍼진 일명 ‘농약맥주 리스트’. 식품당국의 조사로 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 리스트가 어떻게 만들어져 유포됐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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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류업계가 일명 ‘농약맥주’ 사태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지난 2월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라면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 맥주 목록이 공개된 겁니다. 조사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 그림은 ‘농약맥주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글리포세이트 수치가 가장 높은 맥주로 ‘칭따오’를 비롯해 ‘버드와이저’ ‘코로나’ ‘하이네켄’ ‘스텔라 아르투아’ 등 국내 인기 제품이 줄줄이 나열돼 충격을 줬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언론 보도와 문의가 빗발치자 수입맥주와 와인 총 41개 품목을 검사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 제품에서 다행히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지 않았고, 농약맥주 논란은 일단락됐습니다.

그런데 주류업계에선 농약맥주 리스트에 대해 여전히 뒷말이 무성합니다. 제품별 글리포세이트 수치를 ‘친절하게’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예쁘게’ 사진까지 붙여 공을 들였으니까요. 업계에선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리스트를 제작해 유포했는지를 두고 양보 없는 설전이 오가고 있습니다.

가장 난처해진 쪽은 국내 맥주업체들입니다. ‘하이트’ ‘테라’ 등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 ‘카스’의 오비맥주, ‘클라우드’의 롯데주류가 리스트 제작자로 의심받고 있는데요. 경쟁 제품인 수입맥주가 편의점에서 ‘4캔=1만원’에 팔리면서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시장 점유율이 1~2년 사이 20%대까지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수입맥주 업체들은 이번 리스트가 수입맥주의 성장세를 견제하기 위한 국내 업체들의 ‘작전’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그러나 “우리 역시 그 리스트의 출처를 알고 싶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국내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펄쩍 뜁니다. 오비맥주는 리스트에 포함된 ‘버드와이저’와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아’를 수입하고 있죠. 억울함을 벗기 위해 적극적으로 리스트 출처를 찾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입니다.

국내 수제맥주 제조사들도 의심받긴 마찬가지입니다. 수입맥주들이 ‘만원 전략’으로 맥주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넓혀가는 게 유쾌할 리 없을 거란 짐작입니다. 이도 아니라면 업종이 전혀 다른 어떤 기업이 칭따오를 20여년간 수입해온 주류도매업체 ‘비어케이’의 자리를 빼앗기 위한 ‘노림수’를 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까지 항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칭따오는 최근 아사히와 함께 수입맥주 판매량 1, 2위를 다투고 있고, 이 영향으로 비어케이가 지난해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니까요. 농약맥주 리스트에는 미국 시민단체 외에 독일 뮌헨환경연구소가 제공했다는 자료도 나와 있습니다. 이 연구소가 글리포세이트를 검출했다는 독일 맥주 목록에는 비어케이가 국내에 들여오는 ‘에딩거’가 포함돼 있습니다.

식품 제조∙유통업의 기본은 신뢰입니다. 정부 조사가 마무리됐음에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업계 안팎을 어지럽히는 상황은 참 씁쓸합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