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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천국 대한민국, 사고·쓰레기 천국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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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전성시대, 배달 오토바이 무법질주에 배달 쓰레기 '가득'

노동자 지위 인정 못받는 플랫폼 노동자 양산 부작용도

CBS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한밤에도 음식이 집까지 배달된다는게 신기해요"
"이런 배달 시스템을 우리나라에도 가져가고 싶어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국의 음식 배달 문화를 경험하고 난 뒤 유튜브에 내놓는 평가들이다. 대체로 '편리하고 신기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과거 중국집 짜장면이나 다방 커피에 국한됐던 '배달 문화'가 갈수록 한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플랫폼 경제의 확산으로 'O2O 서비스'(Online to Offline 서비스. 온라인으로 주문해 오프라인으로 배송받는 서비스)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음식주문 및 배달앱의 성장세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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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배달음식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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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주문앱인 '배달의민족' 등을 운영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액이 3,193억원을 기록하며 1년전 1,626억원보다 두배 가까이 성장했다. 음식주문앱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액이 1천억원을 넘어서며 30%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배달 서비스의 성장세 뒤에는 소비자와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그늘도 드리워져 있다.


◇ 배달천국에 사고천국될라

지난주 서울 양천구의 아파트 밀집 지역. 저녁 배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 오후 6시쯤이었지만 배달 오토바이들의 질주는 무서웠다.

횡단보도에서 2시간 동안 살펴본 오토바이 70여대 가운데 보행자 신호를 준수한 오토바이는 겨우 두 대뿐. 나머지는 횡단보도 파란불 신호를 무시하고 보행자 사이를 마구 내달렸다. 한 대만 빼고 모두 배달 오토바이였다.

배달 오토바이의 무법질주는 횡단보도에서뿐만 아니다.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인도를 내달리는가 하면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일방통행에서 역주행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의 교통사고는 해마다 줄어드는데도 이륜차 사고는 오히려 증가세에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 2015년 23만 2,035건에서 2016년 22만 917건, 2017년 21만 6,335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50cc이상 오토바이 사고 건수는 2015년 1만 2,654건에서 2016년 1만 3,076건, 2017년 1만 4,084건으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륜차 사고 대부분은 배달 오토바이와 청소년 오토바이가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달 오토바이에 의한 무법질주와 사고가 횡행하는데도 경찰의 단속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청 관계자는 "오토바이를 단속하기 위해 경찰이 쫒아가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배달 전화 번호를 이용한 사후단속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벌어지는 현장 단속도 대개 '특별단속' '시범단속' 등 '반짝단속'이어서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다.

일반 자동차처럼 CCTV를 이용한 단속도 쉽지 않다. 차량과 달리 오토바이는 앞번호판이 없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모는 배달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배달원은 "배달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달이 늦다고 채근하는 고객들은 이제는 많이 사라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음식점 주인이나 배달앱, 배달대행업체가 채근하는 쪽이 많다고 지적한다.

최근 결성된 배달원 노동조합인 '라이더 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과거와 같은 '30분 배달제'가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5분내 음식 인수, 15분내 배달' 원칙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10건중에 한건 꼴로 고객이 배달지연을 얘기할 뿐"이라며 "하지만 배달앱이 확산되면서 음식점 주인 뿐만 아니라 배달앱 운영업체, 배달대행업체 등도 신속배달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배달원들의 수입구조도 배달 오토바이의 무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배달원들이 음식점의 직원으로 채용돼 월급을 받는 구조였지만 배달앱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배달앱 또는 배달대행업체로부터 배달 건당으로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로 바뀌었다.

배달을 많이 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배달 오토바이의 신호무시, 과속질주 등의 무법운행이 횡행한다는 분석이다.


◇ 배달음식 쓰레기 가득 한강공원…쥐 들끓고 뱀까지 출몰

지난주 금요일 저녁 서울 한강공원 여의도 지구.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 역 입구에는 배달전화 번호가 적힌 음식점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배달전단지만 수십장을 안긴다. 그나마 지난 4월 한강공원내 전단지 배포가 금지된 이후 사정은 조금 나아진 편이다.

시민들 대부분은 받은 전단지를 공원 입구에 설치된 전단지 수거함에 넣기도 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기도 했다.

한강공원으로 내려가는 시멘트 계단은 씹다뱉은 껌딱지들과 음식 국물 자국으로 흉하게 얼룩져 있었다.

통행로에 설치한 대형 쓰레기 수거함에서도 음식 국물이 썪는 냄새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거함을 살펴보니 먹다 남긴 배달음식과 재활용 쓰레기가 뒤섞인 채 비닐 봉지 하나에 담겨 버려져 있었다.

옆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함은 분리수거가 안된 쓰레기가 조금 담겨 있을 뿐 거의 텅빈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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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오토바이 신호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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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여의도 지구 관계자는 "쓰레기 대부분은 배달음식에서 나온다"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각 지구마다 설치된 집하장에서 쓰레기 분류작업을 했지만 쓰레기 양이 너무 많아 지난 3월부터는 난지도에 대규모 집하장을 만들어 집중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이용객들은 먹다 남긴 배달음식을 한강으로 통하는 우수관에 그대로 버리기도 한다"며 "배달음식 쓰레기가 넘쳐 나다보니 쥐들이 들끓기 시작했고 이제는 (쥐들을 잡아먹는) 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양은 지난 2015년 3,806톤에서 지난 2017년 4,832톤으로 해마다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배달 쓰레기가 한강공원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서 배달 쓰레기가 쏟아지고 있다. 그린피스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원료소비량은 지난 2015년 기준 연간 132킬로그램으로, 플라스틱 생산시설을 갖춘 나라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그린피스코리아 김이서씨는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양이 많은 것은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배달문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예전에는 음식 배달을 하더라도 그릇으로 배달했는데 요즘은 모두 1회용기로 배달한다"며 "공급자는 그릇을 수거할 필요가 없는 1회용기를 사용하면 편리하기도 하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음식배달 문화가 거의 없는 유럽은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한국보다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오는 2021년부터는 플라스틱 빨대와 풍선막대 등 10개 플라스틱 용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예정이다.

배달업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도 최근에는 1회용기 대신 몇번씩 재사용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 차원의 배달 용기 규제 등은 없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이 최근 자율적으로 친환경 용기를 선보이기 시작했지만 전체로는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그린피스코리아는 "환경부가 배달쓰레기 등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명확하게 규제를 하고 로드맵을 만들어가야 하지만 여전히 미온적"이라고 꼬집고 있다.

플랫폼경제, 새로운 노동문제 근원지로 부상

교통안전과 환경의 문제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하려는 플랫폼 경제의 본질로부터 야기된다.

중국음식점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에는 소비자로부터 전화로 주문을 받아 직접 고용한 배달원을 통해 짜장면을 배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문과 배달을 '앱'에게 맡긴다. 인건비와 인력관리에 신경 쓸 필요없이 앱 이용료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영업 활성화를 위해 이들 앱에 별도의 광고료를 낼 수도 있다.)

배달앱은 배달원을 직접 모집하거나 지역별 배달대행업체에게 배달을 맡긴다. 배달원을 직접 모집하건 배달대행업체를 중간에 두건 모두 배달원은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이른바 특수고용직노동자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원들은 기존 월급 대신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보통 배달 1건당 3천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한달에 3백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1천건을 배달해야 한다. 한달에 25일을 일한다고 하면 하루에 40건, 평균 배달시간 30분을 고려하면 하루 20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재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3대 보험은 모두 혜택을 받지 못한다.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배달오토바이 유지비와 보험료도 모두 배달원이 부담한다. 특히 배달오토바이 책임 보험료는 20대 운전자의 경우 한해 600~700만원 정도로 비싸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플랫폼 경제는 공장과 노동자를 책임질 필요가 없고 데이터만 축적하면 사업이 무한대로 확장 가능하다"며 "금융자본 입장에서는 이처럼 매력적인 투자처도 없기 때문에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런 와중에 한번 쓰고 버려지는 '긱(gig)노동자'들이 대량생산되고 있다"며 "이들 노동자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두세개씩 가져야 하다"고 토로했다. 미혼인 박 위원장도 배달일을 두군데서 하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플랫폼 경제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주문과 배달을 모두 앱(플랫폼)에다 맡기다 보니 오히려 플랫폼에 종속돼 버린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정책국장은 "앱 이용 수수료가 결제 수수료까지 합치면 한달에 보통 8.8%~12.5%"라며 "신용카드 수수료 1%를 낮추기 위해 가맹점들이 그렇게 애를 쓰고 있는데 이 정도 수수료는 매우 큰 액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주문배달앱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함께 각종 할인행사를 하고 있는데 지금은 가맹점에게 할인비용을 부담하라고 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이 비용도 전가할 것"이라며 '통신사 할인도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출발했었다"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기존에는 가게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했지만 지금은 앱들이 끼어들었다"며 "종속성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고, 결국에는 불합리와 불공정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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