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는 무기를 쥐고 있지 않음을 상대에게 보여주고자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원초적 인사법인 셈이다. 악수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정의한 '개인적 거리(45~120㎝)'를 유지하면서 친밀한 거리(45㎝) 안으로 살짝 들어가는 행위다. 악수는 손이 아니라 마음을 잡는 것이란 말도 있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에선 가장 비중이 큰 게 악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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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는 정치인들에겐 상당히 정치적 행위다. 악수 방식에 여러 함의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과 손을 잡아 붕대까지 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통증 때문에 손을 슬쩍 잡고 마는 식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악력이 셌다. 손을 잡고 좀 과하게 흔들기도 했다. 그 정도가 강할수록 친밀도가 높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중간 정도였다고 한다. 150㎝ 단구 중국의 덩샤오핑 전 주석은 키 큰 서구 정상과 악수할 때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일왕(日王)과 만나 90도 허리 굽혀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방식의 악수로 정치적 의사를 내보였다. 일부러 상대 손을 잡아당겨 상대가 휘청이게 만들었다. 아베 일본 총리와 악수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토닥였고,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할 때는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악수를 거절하는 것은 명백하고 강렬한 적대감의 표현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악수를 청했지만 트럼프는 딴청을 피웠다. 지난해 펜스 미 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장에서 북한 김영남과만 악수하지 않고 퇴장했다.
▶5·18기념식 때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악수하기를 거절했다는 '악수 패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고의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현장에 있거나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김 여사의 패싱에서 고의성이 느껴진다고 한다. 대통령 부인이라면 야당 대표와 웃으며 악수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더 나았을 것 같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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