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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치고받은’ 미국·이란, 물밑선 대화 재개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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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오만 술탄 통화 후…오만 외무, 일정 없던 ‘이란행’

이란, 대화 상대로 존중 요구

“우라늄 생산 4배로” 압박도

이란에 우호적인 걸프국 오만의 외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공식 일정에 없던 이란을 방문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 오만의 술탄 카부스 빈사이드와 통화한 뒤 이뤄진 방문으로 미국의 입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이란이 군사위협과 적대발언을 주고받지만 물밑에선 협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수프 빈알라위 오만 외무장관은 이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만났다. 이들이 나눈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만이 향후 미국과 이란 간 대화채널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자지라는 오만이 오랫동안 서구 국가들과 이란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면서 술탄이 직접 주선한 미국과 이란의 비밀회동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행동계획) 타결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이란 적대발언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란과 재협상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이란이 뭔가 일을 저지른다면 엄청난 위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란)이 전화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협상할 것”이라고 말해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AP통신은 트럼프가 상대방에게 어떤 일이든 벌일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협상에서 이득을 보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로 40년 넘게 외교관계를 단절한 이란을 상대로 이런 전략을 펼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양국에 직접 대화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진의가 왜곡돼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을 대화 상대로 존중해달라고 요구했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경제 테러리즘과 대량 학살 모욕으로는 이란의 종말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란을) 존경하려고 노력해라.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썼다. 한편으론 저농축 우라늄의 생산량을 4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며 미국과 핵합의 당사국들을 동시에 압박했다.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300㎏이 넘는 농축 우라늄은 무조건 다른 나라에 인도하거나 판매해야 한다. 에너지청은 “농축 우라늄 저장 한계치에 거의 도달했다”고 밝혀 핵합의 탈퇴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알자지라는 이란이 2012년 핵합의 협상을 시작할 때 썼던 전략과 동일하다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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