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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설왕설래] 코미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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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치인들은 잘 웃는다. 이런 유머가 있다. 정치인이 골프를 치다 벼락을 맞아 죽었다. 경찰이 달려왔다. 그는 새카맣게 그을린 사람 중에서 단박에 정치인을 가려냈다. “이 사람이 정치인이구먼.” 정치인만 혼자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빛이 번쩍거리자 방송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는 줄 알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과는 달리 국민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정치인들의 웃기는 행태에 도저히 웃을 수 없는 까닭이다. 정치인들은 빤한 거짓말도 능청맞게 둘러댄다. 남 탓, 내로남불, 오리발 내밀기는 그들의 주특기다. 요즘엔 빠루와 쇠망치 따위의 기상천외한 소품까지 무대에 등장한다. 조폭 영화에나 나옴 직한 활극 장면이 더해지니 관객은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들을 향한 어느 코미디언의 일침이 매섭다. “요즘 사람들은 코미디를 안 봐요. 저들이 우리보다 더 웃기거든요.”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의 특권과 갑질도 우리 못지않은 모양이다. 그제 취임한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첫 조치는 의회 해산이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TV를 뛰쳐나와 현실 정치에 메스를 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국민의 종’이란 정치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사람들이 웃도록 노력해온 코미디언으로서 앞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의 웃음을 책임지겠다”는 그의 일성에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희망이 생겼다. 정말 웃기는 막장 정치의 방영을 끝장낼 묘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도 우크라이나처럼 코미디언을 정치 지도자로 뽑고, 정치는 코미디언에게 맡기면 되지 않겠나.

기왕 유머로 시작했으니 유머로 끝을 맺겠다. 어느 생물학자가 여의도 국회 주변에서 모기 한 마리를 채집했더니 생김새가 매우 특이했다. 다른 곳에 사는 모기보다 빨대가 두 배나 더 길었다. 왜 그럴까? 보통 사람보다 얼굴이 두꺼운 정치인들의 피를 빨려다 보니 모기가 진화한 것이었다. 몹쓸 ‘변종 인간’을 가려내자면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식이 진화하는 수밖에. 한낱 모기도 진화한다지 않는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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