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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한 베테랑이 슬럼프에 대처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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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잠시 멈춰 섰던 '추추 트레인'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전날 홈런 1개, 2루타 1개를 친 데 이어 2경기 연속 장타를 포함한 멀티히트 행진이다.

이날 경기로 추신수는 시즌 타율을 .296까지 끌어올리며 3할 타율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추신수는 11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가며 출루율 역시 4할에 근접한 .397까지 높였다. 이는 올 시즌 규정 타석을 충족한 만 35세 이상 타자를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높은 타율과 출루율이다.

이처럼 올 시즌 추신수는 만 36세 타자라곤 믿기 힘들만큼 놀라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런 추신수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5월 7일까지 타율 .328 출루율 .416 장타율 .555를 기록 중이던 추신수는 이후 7경기에서 24타수 2안타(타율 .083)에 그쳤다. 그러면서 추신수의 타율은 15일 한때 .287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최근 5경기에서 홈런 3개, 2루타 2개 포함 19타수 7안타(타율 .368)를 치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추신수가 '슬럼프에 대처하는 자세'는 많은 젊은 타자에게 귀감이 될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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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15일 브래드 박스버거를 상대로 기록한 104.7마일 타구가 닉키 로페즈의 호수비에 의해 막히는 장면(영상=엠스플뉴스)



추신수는 한 포털 사이트에 연재하는 '추신수의 MLB 일기'를 통해 "선수는 자신이 슬럼프인지 아닌지를 직감적으로 알아채기 마련이다.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잡힌다던가 심판의 볼 판정이 결정적일 때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이상하게 꼬이는 일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낼 때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7경기에서 24타수 2안타에 그치는 동안 일어난 일이 그랬다. 해당 기간 추신수의 타구 속도는 92.6마일(149.0km/h)로 MLB 평균(89.0마일)을 훌쩍 상회했다. 하지만 브래래드 박스버거를 상대로 친 시속 104.7마일(168.5km/h)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2루수 닉키 로페즈에게 잡히는 등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막히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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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083에 그쳤던 5월 8일부터 15일까지 추신수의 타구 분포 및 타구 속도를 표시한 자료.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슬럼프 기간 추신수는 95마일을 상회하는 타구를 쳐냈음에도 불구하고 호수비에 막히는 경우가 잦았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일반적으로 한 타자가 슬럼프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공을 더 강하게 치기 위해 억지로 잡아당기려다가 스윙이 무너지거나, 조바심으로 인해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빠진 공을 건드리면서 자신만의 타격 구획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럼프 기간 추신수의 대응은 달랐다.

추신수는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잡히거나, 심판의 볼 판정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지켰다. 8일부터 14일까지 추신수는 스윙 비율을 36.2%(MLB 평균 46.2%)로 유지했고, 가운데 방향으로 향한 타구도 41.7%(MLB 평균 34.0%)에 달했을 만큼 공을 억지로 잡아당기지도 않았다.

슬럼프에 대처하는 추신수의 자세

[5월 8일~15일] 스윙비율 36.2% 볼넷비율 17.2% 타율 .083

[5월 16일~21일] 스윙비율 37.6% 볼넷비율 8.7% 타율 .368

그렇게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유지한 결과 추신수는 타율이 .083에 그치면서도 8일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6경기에서 모두 한 차례 이상은 출루할 수 있었다. 그리고 16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홈런 포함 3출루를 달성한 것을 시작으로 멋지게 반등에 성공했다.



사실 올해 전까지 추신수는 슬럼프가 짧은 유형의 선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추신수는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을 이어가던 전반기에는 90경기에서 8홈런 43타점 타율 .293 OPS .911을 기록하며 한국인 야수 최초로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후반기에는 56경기에서 3홈런 19타점 타율 .217 OPS .645에 그치는 커리어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이는 후반기 들어 레그킥 전에 불필요한 토-탭 동작이 추가되고 스트라이드 방향이 좌익수 쪽을 향하면서 앞 다리가 닫히는 등 시즌 전 덕 래타 타격 인스트럭터와의 훈련을 통해 만들어낸 타격폼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전반기까지 평균 7.9°였던 타구 각도는 후반기 들어 2.2°로 줄어들었고, 추신수는 끝내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놀라운 점이 있다면 시즌 종료 후 추신수의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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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5일 추신수의 타격폼. 지난해 전반기와는 달리, 레그킥을 하지 않고 토-탭만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앞발을 내딛는 위치도 좌익수 쪽을 향하면서 지나치게 닫힌 자세에서 스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추신수는 강하게 당겨치지 못하고 느린 땅볼 타구를 쳐서 아웃을 당했다(영상=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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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16일 추신수의 타격폼. 레그킥을 다시 힘차게 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토-탭 동작이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앞발을 내딛는 위치도 중견수 쪽을 향하면서 한결 편안한 자세에서 스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추신수는 타구에 좀 더 힘을 실을 수 있게 됐고 홈런으로 이어졌다(영상=엠스플뉴스)



추신수는 지난겨울 동안 텍사스에 새로 합류한 루이스 오티즈 타격코치와 함께 레그킥 전에 하는 토-탭 동작을 줄이고, 스트라이드의 방향도 좌익수에서 중견수 쪽으로 바꿨다. 만 35세 시즌을 앞두고 빅리그 데뷔 후 14년 만에 레그킥 장착을 시도한 것도 놀랍지만, 그것이 실패했을 때 다시 한번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를 받는 등 이미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베테랑 타자라면 말할 것도 없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만 36세 타자' 추신수의 진화)

추신수의 구종별 홈런수 변화

패스트볼 계열 [통산] 141개 [2019년] 3개

브레이킹볼 계열 [통산] 21개 [2019년] 4개

오프스피드 계열 [통산] 29개 [2019년] 0개

한편, 경험이 쌓인 추신수는 투수와의 노림수 싸움이 강해지면서 커리어 내내 약점을 보였던 브레이킹볼 계열 구종을 상대로도 홈런을 4개(슬라이더 3개, 커브 1개)를 뽑아내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신수의 변신은 젊은 시절에 비해 신체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베테랑이 어떤 식으로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좋은 교보재다.

또한, 현재 그의 활약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올해 추신수는 체력 저하와 그에 따른 타격폼 변화로 긴긴 슬럼프를 겪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시즌 막판까지 좋은 타격감을 이어갈 수 있을까?

만 36세의 나이에도 진화하고 있는 추신수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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