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기고]공공임대주택 정책, 재정지원 현실화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임대주택은 2017년 기준으로 246만호, 이 중에서 공공임대주택은 145만호이다. 전체 재고 주택의 약 6.7%가 공공임대주택이다. 이 중에는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과 같이 30년 이상 장기간 살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도 있지만, 5년 정도 살 수 있는 단기 공공임대주택도 있다. 새로 건설한 신축 공공임대주택도 있고, 기존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도 있다.

경향신문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임대료가 낮다. 시장에서 공급되고 있는 민간임대주택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한다. 공급 대상이 소득 4분위 이하의 저소득·무주택 서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거나 매입하는 비용은 시장가격보다 낮지 않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가(임대료)는 시장가격보다 낮게 책정해야 하는데, 조성원가(건설비, 매입비)는 시장가격 그대로이다. 조성원가와 공급가격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지을수록 손실이 발생한다. 임대주택을 한 채 지으면 1억원이 손해라는 말도 있다. LH가 임대주택을 지어서 누적된 부채가 2018년 기준으로 69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지원 단가 인상률이 실제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건설비(매입비)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주택 건설 시 정부 재정지원 기준은 3.3㎡당 2014년 659만원, 2016년 699만원, 2018년 742만원이었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투입된 실제 건설단가는 2014년 3.3㎡당 719만원이었고, 2018년에 872만원으로 인상되었다.

실제 건설단가 대비 정부의 재정지원 기준단가 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85.3%이다. 2014년 91.6%, 2016년 90.5%와 비교해도 더 낮아졌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사업자의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국내 건설 원재료는 매년 평균 5.7%, 일반공사 평균임금은 6.3%, 전국 지가지수는 3.1% 상승했지만 재정지원 단가는 매년 3% 인상에 그치고 있다. 결국 사업자가 손실을 모두 감수해야 하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과거에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에 공공임대주택은 품질이 낮아도 싼 임대료의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주택에 대한 품질 향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수요자의 눈높이도 분양주택과 다르지 않다. 정부가 요구하는 공공임대주택 품질도 입면 디자인, 홈네트워크 적용, 내외부 마감재 향상과 하자 최소화,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 확보 등 과거와는 다르다. 주택 품질 향상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품질의 공공임대주택을 싼 비용으로 지을 수는 없다. 저소득·무주택 서민에게 좋은 주거환경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사람들이 집 걱정 없이 사는 대표적인 나라로 싱가포르를 꼽는다. 싱가포르 주택청은 국민들에게 좋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지원받는다. 싱가포르의 지원정책을 거울삼아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재정지원 단가를 현실화하는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김덕례 | 주택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