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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스칸디나비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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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덴마크는 유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먼저 의료 지원 의사를 밝혔다. 곧바로 최고의 의료진을 병원선 ‘유틀란디아호(Jutlandia)’에 태워 보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따로 의료진을 파견했다. 이들 스칸디나비아 3국 의료진의 활약은 눈부셨다. 연인원 5000명의 의료진은 쉴 새 없이 전상자와 민간인을 치료했다. 이런 노력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한국과 이들 3국은 1958년 유엔한국재건단(UNKRA)과 공동으로 서울에 국립의료원을 세웠다. 유엔의 지원사업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였다. 이때 병원 측은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는 3국 의료진을 위해 구내 음식점과 휴게시설을 마련했다. 국내 최초 뷔페 식당, 스칸디나비아클럽의 탄생이었다.

뷔페는 원래 바이킹들의 풍습이다. 긴 항해에서 돌아온 뒤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으면서 축제를 벌인 데서 유래했다. 이것이 2차세계대전 중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데, 한국에는 6·25전쟁을 계기로 본고장 뷔페가 스칸디나비아클럽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스칸디나비아클럽은 뷔페 음식에 이들 3국의 국왕 사진, 북유럽풍 가구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처음에는 주한외교사절과 정치인 등이 회동 장소로 이용했다. 1968년 의료진의 철수와 함께 외부에 개방됐는데 금세 명소가 되었다. 클럽이 낸 임차료는 의료원 의사들이 스칸디나비아 3국에 연수를 다녀오는 기금으로 지원됐다. 한·스칸디나비아 우호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였다.

아쉽게도 이 클럽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진 철수 후 한·스칸디나비아 재단이 맡아 운영하다가 2012년 문을 닫았다. 한때 가족행사 장소로 인기가 있었으나 뷔페 식당이 많아지면서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이다. 이로써 3국 의료진의 흔적은 국립의료원 내 스칸디나비아 기념관에 자료로만 남아 있다. 한·덴마크 수교 60주년을 맞아 프레데릭 덴마크 왕세자 부부가 방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가 공관에서 환대한 데 이어 2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라호텔에서 왕세자 부부에게 서울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한·덴마크 상호 문화의 해를 맞아 문화교류 행사들도 열린다. 스칸디나비아클럽의 부재가 아쉽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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