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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전자담배 점유율 10% 눈앞... ‘담배와 전면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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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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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2)씨는 최근 다시 흡연자가 됐다. 지난해 신혼생활을 시작하며 평생 금연하기로 아내와 약속했지만 액상 카트리지를 이용한 신종 전자담배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불로 태우는 궐련형 담배보다 덜 해롭하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냄새가 전혀 없어서 들킬 걱정이 없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김씨처럼 전자담배 이용자가 늘어나고 청소년의 흡연율이 2016년(6.3%)을 저점으로 오히려 상승세로 접어들자 정부가 보다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를 ‘담배회사의 마지막 저항’으로 규정하고 △담뱃갑 경고그림 면적 확대 △전자담배 경고그림 부착 등 보다 강력한 금연정책을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담배회사의 마케팅을 억제하고 금연구역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전자담배 기기 자체를 복지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광범위한 내용이 담겼다. 이는 2015년 담뱃값 인상과 2016년 담뱃갑 경고그림 표시에도 불구하고 흡연율 감소폭이 둔화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 흡연율은 2017년 기준 22.3%로 2001년에 비해 7.9%포인트나 낮아졌지만 성인 남성의 경우 여전히 38.1%에 달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다. 여기에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2017년 7,900만갑에서 지난해 3억3,200만갑으로 늘면서 시장점유율(9.6%) 두 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6년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제시한 내년도 성인 남성 흡연율 목표치(29%)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일보

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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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담배의 구입욕구 자체를 떨어트리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먼저 전자담배 등 ‘흡연 전용기구’에도 경고그림ㆍ문구 부착 의무화를 추진한다. 카트리지가 아닌 기기 본체에 그림을 붙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내용도 담배의 암 유발 폐해를 강조하는 쪽으로 제작된다. 여기에 기존 담뱃갑 역시 구매의욕이 떨어지도록 디자인 규제를 강화한다. 경고그림 면적을 현행 50%에서 75%로 확대하면서 문구 면적은 현행 20%를 유지해 사진의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다만 이들 조치는 국민건강증진법과 그 시행령이 개정돼야 시행할 수 있다. 내년부터 시행하는게 정부 목표다.

무엇보다 정부는 호주와 영국 등 해외 8개국만 채택한 가장 강력한 담뱃갑 규제인 ‘표준 담뱃갑(플레인 패키징ㆍplain packaging)’을 2022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표준 담뱃갑은 표면에는 어떤 장식도 없다. 모든 담배가 경고그림과 문구만 강조된 똑같은 포장으로 팔리게 된다. 상표마저 단순한 글씨로 표시한다. ‘무늬가 없는’이라는 플레인(plain)이란 이름이 그래서 붙었다. 정부는 담배에 냄새를 입히는 가향물질 첨가까지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브랜드별 개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이 불가능해진다.

이 밖에도 정부는 공중이용시설 실내흡연을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해 2025년에는 모든 실내흡연실을 폐쇄할 계획이다. 또 드라마 등 흡연장면이 일정 분량 이상 노출되는 영상물은 도입부나 해당 장면에 금연 공익광고 또는 경고문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추진한다. 담배 소매점 금연광고 의무화, 담배광고에 만화와 동물 캐릭터 활용 금지 등 종합대책에 포함된 정책 대부분이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정부로서는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내 든 셈이다.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선진국들은 이미 흡연율을 20%대로 떨어트린 상황에서 더욱 강력한 정책들 내놓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번 금연종합대책을 바탕으로 담배와의 종결전에 돌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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