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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아찔했던 ‘원자로 이상’, 원전 안전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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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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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원자력발전소 한빛1호기(전남 영광)에서 생긴 ‘원자로 수동정지’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설비 결함이나 단순 조작 실수가 아니라 ‘휴먼 에러’(판단 착오나 방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함을 떨칠 수 없다. 한수원은 사고 대처에 미숙했을 뿐 아니라 사후 해명에서도 미덥잖은 태도를 보여 불안을 키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20일 보도자료에서 밝힌 한빛1호기 사고 경위를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문제의 사건은 재가동 하루 만인 지난 10일 원자로의 열 출력을 조절하는 제어봉의 제어능력 측정시험 도중 일어났다. 제어봉 조작 미숙(인출 과다)으로 오전 10시30분께 열 출력이 기준치인 5%를 초과해 18%까지 치솟는 이상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원자로 수동정지는 밤 10시2분께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제한치를 넘어서면 ‘즉시’ 수동정지해야 한다는 지침을 어긴 것이다.

더욱이 당시 수동정지는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소속 전문가들이 현장 점검을 벌여 지침을 지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중단 지시를 내린 다음에야 이뤄졌다고 한다. 한수원의 자체 판단력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을 아연실색게 한 점은 더 있다. 측정시험 당시 원자로 조종사 면허를 갖지 못한 이가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안이하고 미심쩍은 모습이다. 운영지침 미준수와 함께 무면허자의 제어봉 조작 또한 원자력안전법 위반 사항이다.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란 뜻이다. 원안위가 원전 사고엔 처음으로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벌이기로 했다는데, 명확한 진상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이번 사고가 체르노빌 원전 폭발 때처럼 ‘출력 폭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짐작과 추정으로 공포감을 키우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한수원이 “한빛1호기는 원자로 출력 25%에서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돼 있어 제어봉 인출이 계속되더라도 더 이상의 출력 증가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철저한 조사로 국민 불안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고가 이전의 원전 사고와 달리 설비 문제나 단순 실수가 아니라, 대형 원전 사고와 직결되는 판단 착오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마땅하다.

원안위는 이번 사고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7월20일까지 두 달 동안 벌이기로 한 전반적인 안전점검을 통해 원전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한수원도 ‘원전 안전 신화’에 갇혀선 안 된다. ‘한빛1호기가 지금은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다’거나 ‘시설 내·외부로 방사능 누출은 없었다’는 설명만으로 국민을 안심시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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