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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집값 때리고 때려도…강남이어 강북도 고개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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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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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북지역 곳곳에서 아파트가 거래되며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전 가격보다 더 뛰어 신고가를 기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전방위적인 부동산 옥죄기 정책에 나선 후 7개월 이상 눌려왔던 실수요 거래가 폭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남에선 이미 지난달부터 재건축 아파트의 급매물이 팔려나가면서 이젠 가격이 9·13 대책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한가람건영아파트 전용면적 84㎡ 10층 매물이 14억8000만원에 지난달 27일 매매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9·13 대책 직전인 8월 초에 14억6000만원(15층)에 거래된 이후 8개월 만에 신고가를 경신한 셈이다. 용산구 후암동의 브라운스톤남산 전용면적 166㎡도 지난달 23일 12억2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성사돼 최고가를 찍었다.

서울 강북지역의 신고가 경신은 다양한 지역과 면적, 가격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소형 주공아파트가 몰려 있는 노원구와 도봉구에서도 상계주공10단지 전용 59㎡가 4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창동주공2단지 41㎡는 3억1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최고점을 넘어섰다. 모두 최근 한 달 새 거래된 아파트들이다.

최근 강북지역의 신고가 행진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반등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이어진 급등장에서 강남이 치고나가면 강북이 따라 오르며 키를 맞추는 식의 패턴과 판박이다.

실제로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 격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급매물 소화를 넘어서서 작년 전고점에 근접한 가격 수준까지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재건축 인허가를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주 전용면적 82㎡ 매물이 20억여 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기록한 20억4800만원 최고가에 수천만 원 차이로 근접한 셈이다. 인근 G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20억원 아래로 있던 매물이 모두 사라지면서 매도자 우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 옆에 위치한 H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난주 로열층 84㎡ 물건이 19억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나면서 집주인들이 모두 매물을 거두고 매도자는 이제 19억원 이상을 달라고 한다"며 "한두 달 전만 해도 팔겠다는 집주인이 여럿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는 9·13 대책 직전에 20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다가 올해 2월 16억6000만원까지 급락한 이후 최근 다시 급등해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반등은 최근 거래량 회복과 직접 관련이 있다.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저가매물이 소화되고, 가격이 오르니 다시 추격 매수로 인해 거래량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서울 아파트 거래량 통계에 따르면 5월 21일 기준 이달 아파트 거래건수는 1984건으로 이미 지난달(2404건)의 80%를 넘어섰다. 지난 2월 1574건으로 바닥을 찍고 3월(1775건)부터 서서히 거래량이 회복되는 셈이다. 구별로 보면 이달 거래량이 강동구 101건, 서초구 76건, 구로구 212건으로 5월이 아직 열흘 가까이 남았음에도 지난달 거래량을 넘어섰다. 21일 기준으로 강남구는 133건이 거래돼 지난달 140건에 육박했고, 송파구는 155건으로 지난달(155건)을 넘어설 게 확실시된다.

'더 오를지 모른다'는 심리 속에 추격 매수도 나오고 있다. 대전에 사는 주부 김 모씨(63)는 서울 신림동에서 근무하는 아들의 신혼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올해 들어 계속 아파트를 봐오다가 이번주 서초구 아파트를 매수했다. 김씨는 "내려가던 아파트 호가가 다시 오르는 걸 보고 더 기다릴 수 없겠다 싶어 계약금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 재개와 가격 반등이 서울 전역으로 강하게 번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가 3기 신도시 대책을 내놨지만 4~5년이 지나야 효과가 나오고 신도시는 강남권 아파트의 대체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최근 거래량 증가가 서울 핵심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쓸 수 있는 규제 카드가 모두 나왔기 때문에 '여기가 바닥'이라는 심리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깜짝 반등'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거래량 증가는 급매물 소화 수준에서 봐야지 추가적으로 더 오르기에는 정책 방향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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