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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조6000억원 '마이너스'도 그대로 발표…'최의 공식'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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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상보)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회적 가치 평가 첫 발표…그룹 계열 3사 12조3000억원 창출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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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그래도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인데, 이런 마이너스 수치를 그대로 발표해도 되겠습니까."(SK수펙스추구협의회 A임원) "당연히 발표해야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발표하세요."(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의 공식'이 탄생했다. 최태원 SK그룹이 회장이 최초로 도입한 계열사별 사회적 가치 경영 평가 기준이다. 첫 평가에서 3대 주요 계열사의 마이너스(-) 성과만 1조6000억원을 상회했지만 그대로 발표됐다. 사회적 가치가 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시대가 열렸다. 평가기준 고도화와 그룹 내 안착이 선결과제다.

◇SK 3사 창출한 사회적 가치, 12조3000억원=SK는 21일 종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적가치 평가 기준과 함께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 계열사의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최 회장은 이를 각사 경영성과 평가에 50% 반영할 방침이다.

각 계열사의 사회적가치를 △경제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 세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 2017년부터 2년여에 걸쳐 만들어 온 기준이다.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기업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가치를,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생산·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창출한 가치를 평가한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이 1조1610억원, SK텔레콤이 1조6520억원, SK하이닉스가 9조5197억원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플러스(+) 성과만을 내세우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서 1조1884억원 마이너스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유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 등이 마이너스로 작용됐다. SK하이닉스도 같은 이유로 4563억원 마이너스 평가를 받았다.

세부 산식도 일부 공개했다. 공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안해 CO2 배출량과 단위환경비용을 곱해 총량 성과를 계산하는 식이다. 환경비용이 지출인 만큼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스템인 티맵의 경우 앱을 통한 사고율 감소 효과를 계산한 후 가입자 수와 사고 시 처리비용 등을 합산해 결과를 냈다. 이렇게 만든 수식만 계열사별로 수십개에 달한다.

가장 큰 특징은 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는 사회적 가치를 모두 포함해 측정한다는 거다. 어떤 제품을 생산했을 때 세금과 배당, 고용, 기부 등은 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사회적 가치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의 에너지 효율 제고 효과와 온실가스 발생 등의 손실은 재무제표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가치다. 이 영역까지 모두 함께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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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성과도 발표…최태원 회장 "잘했다 자평 말자"=SK의 사회적가치 평가 발표 현장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기업 성과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는 평이 나오는 한편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마이너스 요소가 큰 환경 관련 평가 등에서 얼마나 엄정한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형희 SK SV(사회적가치) 위원장은 "측정 체계는 미완의 것이며, 완성된다 해도 불변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적이 나빠지면 사회적 가치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현천 전무는 "사회적가치는 R&D(연구개발)에 빗대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경쟁력이 더 높아진다는 개념"이라고 답했다.

마이너스 평가를 그대로 발표한 것 역시 같은 철학이 반영됐다. 만약 '나쁜 회사' 꼬리표가 붙으면 이후 여러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최 회장이 일축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당연히 총량으로 발표하고,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라"며 "이번 결과에 대해 잘했다고 자평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더 수치를 개선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평가 기준 고도화와 함께 그룹 내 안착이 선결 과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SK 그룹 내에서도 사회적 가치 평가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도를 시행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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