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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의정부 일가족 3명 사망 미스터리…7시간 동안 무슨 일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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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최근 억대 부채로 고민

숨진 일가족 아들이 발견해 119 신고

전문가, 흉기 검증하고 부검하면 누가 주도했는지 밝혀질 것

1차 부검 소견 오후 4시 발표

아시아경제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 중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의문이 쏠리고 있다. 사건은 살아남은 아들이 자고 있을 때 발생했는데 이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는 것이다. 경찰은 아들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면서도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 심리 치료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11시30분께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8층 집의 딸 아이 방에서 아버지 A씨(50)와 아내 B씨(46), 딸C(18)양 등 일가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중학생 아들 D(15)군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3명 모두 흉기에 찔린 상처가 있었고, B씨와 C양은 침대 위에, A씨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방 안에는 혈흔과 흉기가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들인 D군은 경찰 조사에서 "오전 4시까지 학교 과제를 한 뒤 늦게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오전 11시가 넘었고, 가족들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분위기에 대해서는 "전날 오후 부모님과 누나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비관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최근 사업 실패로 억대의 부채가 생겨 경제적 가족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처지를 비관한 A 씨가 가족 일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있다.


아시아경제

아들 수면 후…7시간30분 무슨 일 있었나

아들은 사건 발생 당일 학교 과제로 20일 오전 4시께 잠들었다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깨어났다. 이후 누나 방에 갔다가 숨진 채 발견한 가족을 발견, 119에 신고했다.


시간의 흐름을 종합하면 D 군이 잠들고 약 7시간30분 뒤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의문점은 이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외부인의 침입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현장에서 (가족이) 싸운 흔적이나 외부침입 흔적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밀 감식을 통해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정황을 종합하면 억대 부채가 생겨 처지를 비관해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범죄심리전문가는 한 가지 추론을 제시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1일 ‘YTN’에서 사건과 관련해 "추정은 가능하다"며 "아버지가 평상시 지인들에게 '중학생 놈이 뭘 알겠냐'는 얘기를 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 따라서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주도했을 경우 그런 이유 때문에 아들은 남겨둔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억대 부채로 고민하던 가장이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도, 어린 막내는 이 과정에 개입시키기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부검 결과 등 조사가 진행되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보통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흉기에 지문이 남는다"며 "흉기를 검증하고 부검을 하면 누가 주도했는지, 주도자가 나머지 2명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반항흔이나 주저흔 등 흔적이 남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불분명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하면 가족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충분히 확인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심리정신분석학자인 김동철 명지대 교수는 21일 'TV조선'에 살아남은 D 군에 대해 일종의 '배제 심리'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다툼이 있었던 상황에 아들이 없었다면 배제 심리, 즉 보이지 않기 때문에 타격을 하지 않는 심리가 작동했을 수 있다"며 "누나는 18세로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갈등에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어린 막내는 갈등에서 배제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극단적 선택을 주도한 이가 어린 아들에 대한 애착, 옆방에서 자고 있는 아들에 대한 혈족 보존의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해 A군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가족의 죽음으로 충격이 커 심리 상담 등 지원을 병행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숨진 가족들의 시신을 부검해 그 결과를 토대로 사망 원인을 우선 파악할 계획이다. 1차 부검 소견은 오늘 오후 4시께 나올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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