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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희토류' '불매'… 미중 무역전쟁, 선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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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美 파상공세 계속되자 中 '희토류' '불매운동' 등 카드 만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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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 중국 장시성 간저우시에 위치한 한 희토류 업체를 방문했다./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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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무차별 관세와 화웨이 제재 등으로 맹공을 이어가면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 '불매 운동' 등 새로운 반격 카드를 꺼내들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방영이 연기되고, 시진핑 국가 주석이 희토류 업체를 방문하는 등 관련 조짐들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또다른 반격 우려 등으로 중국이 실제로 행동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단언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시진핑, 희토류 업체 시찰…온라인서는 미국산 불매 조짐= 21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미중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함께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관련 기업 진리영구자석과학기술 유한공사를 시찰했다. 희토류는 '관세 실탄'이 소진된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반격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된다.

희토류는 반도체 등 첨단 제품들의 필수 원료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95%,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도 희토류를 자체 채굴할 수 있지만 중국 정도의 채산성과 생산량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희토류는 미국이 아직 추가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중국산 수입품 거의 대부분에 추가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와중에도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을 정도로 미국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자원이다.

시 주석은 같은 날 과거 중국 공산군(홍군) '대장정(大長征)'의 출발지인 간저우시 위두현 기념비에 헌화하기도 했다. 미국의 공세에 맞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 위한 결의를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불매 운동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웨이보(국판 트위터) 등에는 최근 일부 중국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미국산을 사지 말라고 권고했다는 공지문 등이 떠돌고 있다. 불매 운동 공문들에는 아이폰을 사용하거나 구매해서는 안 되며 화웨이 등 중국산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KFC나 맥도날드에서 음식을 사먹지 말라는 내용도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지난 20일 웨이보에 자신이 9년 동안 사용했던 아이폰 대신 화웨이 휴대폰을 구매한 사실을 공개하며 미국산 불매 운동을 자극하기도 했다.

미국과 관련된 드라마들의 방영이 연기되는 일도 나오고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9일 저녁 7시30분 동방 TV와 저장 TV, 동영상 플랫폼 텅쉰, 아이치이, 유쿠 등에서 방영될 예정이던 '아빠 데리고 유학 가다'라는 미국 드라마가 방영이 갑자기 취소했다. 이 드라마는 아들과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난 아버지가 미국 생활을 하면서 겪는 사건과 부자 간 갈등과 화해 등을 다뤘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중국인 변호사와 유학생의 만남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베이징에서 너를 기다려'도 최근 방영이 중단됐다.

중국 TV에선 대신 자신들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부르는 6.25 전쟁을 다룬 영화들이 연일 방영되고 있다. 관영 중국 중앙(CC)TV는 '영웅아녀'(英雄兒女), '상감령'(上甘嶺), '기습'(奇襲) 등을 16~18일 방영했고, 19일에도 6·25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장진호 전투를 다룬 기록 영화를 내보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도 방영이 연기돼 온갖 억측을 낳게 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왕좌의 게임'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8시즌 6화가 전날 오전 9시 동영상 플랫폼 텐센트에서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방영 직전에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해당 국가의 콘텐츠에 대한 방송 및 유통 금지, 불매 운동 등은 단체관광 금지와 함께 한국과의 사드,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 등에서 사용된 중국의 전형적인 보복 조치들이다. 희토류도 일본 등에 대한 보복 조치로 사용된 바 있다. 관세 실탄이 떨어진 가운데 미국의 무차별 공격이 지속되면서 중국도 '비관세' 공격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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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희토류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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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대로도 '비관세' 카드 쓸 수 있을까= 하지만 아직은 사드나 센카쿠 분쟁 때와 같은 조직적인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사드의 경우 일반 국민들이 해당 내용을 잘 모르는 와중에도 관영 언론 등이 중심이 돼 여러 보복조치들이 가동이 되게 했다"면서 "아직까지는 그런 조직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한국 등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본 국가들과 달리 자신들보다 더 강한 국가를 상대로도 중국이 이러한 수단을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훨씬 더 많은 제품을 미국에 팔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이런 보복조치를 동원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의 또다른 공세를 부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햇다.

그렇다라도 미국의 공세가 계속되고 중국이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에는 이들 카드들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중국도 계속 궁지로 몰릴 경우에는 어떤식으로든 대응에 나설 수 있다"면서 "시 주석이 갑자기 희토류 업체를 방문한 것도 이런 반격 카드들을 동원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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