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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물중독자입니다]④ ‘아이언 맨’은 약물중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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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시리즈의 히어로, 아이언 맨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정답은 바로 '치즈버거'입니다. 그런데 이 '치즈버거', 사실 아이언 맨의 역할을 맡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살려준 음식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버지에게서 약을 배워 20대 때 이미 심각한 약물중독자였습니다. 약물중독 재활 치료 센터와 감옥을 오가던 그는 2003년의 어느날 버거킹에 차를 세우고 치즈버거를 먹었습니다. 바로 그때, "약을 끊어야겠다"는 깨달음이 왔다고 합니다.

치즈버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후 마약을 하지 않았고 팬들이 사랑하는 아이언 맨으로 완벽하게 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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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악마의 약물입니다. "한 번도 투약 안 한 사람은 많아도, 한 번 만 투약한 사람은 없다"고들 합니다.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순간 몸과 마음이 병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마약은 범죄고 약물중독은 질병이라고 합니다.

마약 세계 내부자들과 만나는 [나는 약물중독자입니다], 4번째 순서로 중독 치료의 권위자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을 만났습니다. 조 원장은 정신과·신경과전문의로 법학에서도 박사 학위를 공부한 법정신의학 전문가입니다. 조 원장은 "약물중독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서 재범을 줄여야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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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 소장실에서 조성남 원장을 만났다. 조 원장은 공주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으로 1988년부터 11년 동안 일했고, 이후 부곡병원과 강남을지병원 등에서 중독 환자를 치료했다. 올해 다시 치료감호소로 돌아와 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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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미 중에 암컷 사마귀에 잡아먹혀도 모르는 수컷 사마귀처럼….

조성남 원장을 만나기 위해 공주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로 향했습니다. 국내 하나뿐인 치료감호소는 공주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해 있습니다. 치료감호소에선 정신질환 범법자 치료와 정신감정을 합니다. 최근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살인 사건을 일으킨 안인득 씨도 이 곳에서 정신감정을 받았습니다. 환자 대부분이 정신질환자로, 약물·알콜중독 환자들은 약 50여 명 수용돼 있습니다.

원장실에서 만난 조성남 원장은 먼저 한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사마귀 교미 중에 암컷 사마귀가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마약이 이런 겁니다. 수컷 사마귀처럼, 내가 죽어가는 데도 그걸 모르고 좋아서 계속 하는 거예요."

"마약사범 많이 어려져…중학생이 찾아온 적도"

조 원장은 마약 사범은 점점 어려지고 많아졌다고 체감했습니다. "예전에는 유흥업소 종사자나 일부 연예인, 이런 쪽으로만 마약이 유통됐다면 이제는 약물이 많이 퍼졌죠. 요즘은 SNS통해서 연락하면 되니까. '상선'(마약 공급라인)을 알 수도 없고, 인터넷을 통해 돈 몇십만 원만 있어도 살 수 있으니까 학생들한테도 퍼지고.

중학생 애도 저한테 와서 치료받은 적이 있어요. 인터넷을 통해서 외국에서 구입을 합니다. 7-8년 전인데 그때 벌써 비트코인을 썼어요. 허브(합성 마약)를 했고, 다른 것도 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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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암페타민(필로폰) 투약으로 일어나는 뇌 손상. 파란 색은 손상되지 않은 부분, 붉은 색은 손상된 부분을 보여준다. 특히 감정(emotion)과 보상(reward), 기억(memory)를 담당하는 부분이 가장 크게 손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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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암과 같다"…초기 치료가 가장 중요

조성남 원장은 중독을 암에 비유했습니다. 초기 암과 말기 암이 있듯이, 한번 마약류의 약효를 느끼는 순간 초기 중독 상태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암과 중독이 다른 점은, 암 환자는 초기부터 암을 치료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달리 중독 환자는 말기가 돼서야 치료를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99%의 중독자들이 초기엔 본인이 중독이라는 걸 인정을 안 해요. 아무때나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고 싶을 때만 하니까... 그런데 그게 중독이예요. 해서는 안 되는 걸 반복하면 조절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그때부터 치료를 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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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남 원장이 치료감호소 내부의 음악 치료 시설을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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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을 막는 마약류 관리 정책이 훨씬 효과적

치료감호소 내 치료 공간에서 조 원장과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치료감호소 환자들은 음악과 연극 등 예술치료와 베이킹 등 직업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정신병, 약물·알콜 중독, 성도착증 환자는 분리돼 치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조 원장은 마약을 투약하다가 적발돼 법의 심판을 받은 사람들을 치료와 재활로 인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몰래 마약류를 투여하는 약물중독자들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제도적으로는 ▲약물중독자들에 대한 민간 병원의 치료보호 예산을 늘리고 ▲약물 법원(Drug Court)를 설립해 단순 투약자들에 대한 치료조건부 집행유예제도를 도입하고 ▲교도소 내 약물치료 전담시설을 운영하는 방안 등이 논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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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감호소 안 서예 치료실에 환자들이 쓴 글들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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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마약이 '범죄'라는 사실입니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약물을 투약하고 중독의 길로 빠져든 사람의 치료를 나랏돈으로 도와줘야 하는가"는 기자의 질문에 조 원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병을 치료해야 재범을 안 할 거 아닙니까. 국가에서도, 재범하지 말라고 약물중독자들을 교도소에 가두는데, 가둔다고 재범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해요. 다른 약물, 약물하는 다른 사람들 배워서 나오니까 더 하는 거야. 교도소에 가두는 것보다 치료하면, 재범은 막을 수 있잖아요."

약물중독을 범죄로 처벌하기 전에 병으로 치료하는 것이 실제로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국가 약물 남용 관리 센터(NIDA, 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의 연구 결과,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중독 1년 치료 비용은 4,700달러로 투옥 비용 만 8천 4백달러의 4분의1 수준이었습니다. 치료에 1달러를 투자하면,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대 7달러까지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치료감호소를 나서는 길, 조 원장이 말했습니다. "약물중독자들은 계속 마약을 투약하니까 행복할까요? 아니예요. 자기 의지대로 안 되니까 중독이 계속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병이라는 거예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약물중독을 치료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아이언 맨은 없었을 겁니다.("[나는약물중독자입니다]⑤ 약물중독 '여성'의 이야기"편에서 계속됩니다.)

김수연 기자 (sykb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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