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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노동’ 문답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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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문 대통령 “대체로 노인 일자리” 답했지만 “정규직 편법 쪼개기” 반론도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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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5월9일 KBS와 대담을 했다. 대담 직후 진행자의 태도와 발언이 큰 논란이 됐고, 정작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실제 정부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의 생각을 꼼꼼히 확인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전혀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날 대담에선 우리 사회의 심각한 노동문제 중 하나인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문답도 있었다. 초단시간 일자리는 21세기 들어 한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 일자리이며, 동시에 가장 질 낮은 일자리이기도 하다. 고용의 양이 아닌 질을 개선하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런데 초단시간 일자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은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대체로 (65살 이상) 노인 일자리”라며 “짧은 시간의 일자리라도 마련해드리는 것이 그나마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초단시간은 노인 일자리뿐 아니라 여성·대학생·청년 일자리에도 많고, 정규직 일자리를 편법적으로 쪼개는 나쁜 일자리라는 반론이 나온다.

문 대통령 ‘노인 복지’ 차원에서 답변



초단시간 노동자는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다른 노동자와 달리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퇴직급여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등은 초단시간 노동자를 예외로 다루고 있다. 우선 주휴수당(혹은 유급주휴일)과 연차수당(혹은 유급연차휴가)을 못 받는다. 1년 넘게 일해도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2년 넘게 일해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또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이 의무가입이 아니라서 사회보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자리 중에서도 가장 질이 낮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많은 업종으로 주유소, 프랜차이즈 업체, 공공행정기관, 음식업, 판매업, 간호요양 돌봄, 학교 비정규직, 돌봄교실 등이 있다.

초단시간 일자리는 지난 10여 년간 전체 일자리 중에서 가장 빠르게 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토대로 4월28일 발표한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변화와 노동시장 제도개선 과제’ 보고서를 보면 초단시간 노동자는 2004년 19만9천 명에서 2017년 67만9천 명으로 3.4배 늘었다. 같은 기간 단시간 노동자(15시간 이상 36시간 미만)는 2.2배(89만8천 명→201만6천 명), 전일제 노동자(36시간 이상 52시간 미만)는 1.3배(1352만1천 명→1731만 명) 늘어난 것보다 훨씬 가파른 성장이다.

문 대통령은 KBS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송현정 KBS 기자 “고용의 질이 문제가 생기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가 한번 봤더니 일자리가 생기긴 했는데, 이 중에 상당수가 초단기 일자리 그래서 주 15시간도 안 되는, 정말 예를 들어서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초단기 일자리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더라, 이런 수치가 있더라고요.”

문재인 대통령 “맞습니다. 그 사실은 맞는데, 그런 초단시간 일자리는 대체로 노인 일자리에 해당합니다. (중략-고령화 설명) 65살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가 불가능하죠. 짧은 시간의 일자리라도 마련해드리는 것이 그나마 필요한 일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분들은 온전히 복지 대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거든요.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라도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그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알바 제외’ 통계 함정 지적도



초단시간 일자리는 대체로 노인 일자리일까? 문 대통령의 말은 반 정도 맞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초단시간 노동자 중 ‘65살 이상’은 45%에 이른다. 절대다수는 아니지만 다수를 차지한다. 최근 늘어난 일자리 중에서도 절대다수는 아니지만 다수다. 통계청 담당자는 최근 1년 새 초단시간 노동자가 많이 늘어난 그룹이 “음식점업에서 20대 초반 청년층, 공공일자리 사업에서 60살 이상 고령층”이라고 했다.

한편 통계조사의 함정 때문에 대학생·청년의 초단시간 노동자 비중이 훨씬 적게 집계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2016년 초단시간 노동자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초단시간 노동자 중 노인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은 10.8%에 불과했다(평균연령 73살). 대신 청년 알바 업종군에서 일하는 사람이 44.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대학생 알바 업종군 23.2%, 여성 취업자 업종군이 21.7%였다. 전체 평균연령은 31.7살에 불과했다. 조사를 주도한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활동인구조사(통계청)에서 학생 아르바이트생을 취업자로 반영하는 비율이 낮아 초단시간 노동자를 포함해 비정규직 규모가 과소 추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에 의한 ‘초단시간 남용’ 문제



“어르신들 위한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문 대통령의 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공동 기획해 2017년 7월 펴낸 ‘노동권 사각지대 초단시간 노동자’를 보면 ‘저학력 고령 여성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주로 보건사회복지사업, 3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다. 통계청에서 진행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이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것은 맞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의 일부다. “초단시간 노동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기의 짧은 근로시간을 원하는 여성들보다는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여성이나 사별 또는 이혼한 여성 같은 경제적 취약층을 중심으로 발견되고 있다. 즉 초단시간 노동은 여성이 원하는 직업을 못 찾았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할 때 만족하지는 않지만 당장의 소득을 위해 선택하는 특성이 강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정부 정책이 큰 원인이었다. “정부가 예산 절감을 위해 돌봄 노동을 요하는 사회서비스를 공공 체계로 편입하기보다 민간에 이양해 사적 서비스산업이 무분별하게 확장한 결과, 서비스 공급자들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비용 이점이 있는 초단시간 노동이 남용돼 초단시간 노동시장이 급속하게 커진 것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자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줄일 수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 등을 더욱 확대해 민간의 초단시간 노동자를 공공영역으로 흡수하면서 좋은 일자리로 만들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절반은 아쉬운 이유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는 초단시간 노동이 근본적으로 “정규직 일자리 쪼개기 혐의가 짙다”고 밝혔다. 사용자들이 주휴수당·퇴직금·사회보험 등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일제 일자리를 편법으로 나눴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의사가 있는 초단시간 노동자 비율은 41.9%였고, 여러 시간제 일자리를 병행하는 비율은 10.4%였다. 특히 여성 취업자 업종군에서 그 비율이 높았다. 보고서는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차별 처우의 법제화가 초단시간 노동을 확산시키는 사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초단시간 노동 차별 해소”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12월27일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차별을 없애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고용노동부에는 근로기준법, 퇴직급여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등을 개정해 전일제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보건복지부에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의 권고와 관련해 현재까지 정부가 발의한 법률 개정안은 없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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