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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장관도 현장 안 가더니”… 정신질환 대책 현장서 혹독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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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방화ㆍ살인사건을 계기로 중증 정신질환자가 고립되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며 정부가 지난 14일 대책을 발표했지만 의료계 등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책의 골자인 전국 254곳 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센터)를 통한 환자 조기 발견과 치료 연계는 2016년 내놨던 정신건강종합대책에도 담겼던 내용의 ‘재탕’이라는 것이다. 정신센터 인력 충원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내용이 더해졌을 뿐이다. 복지부 장관이 정신센터를 한번도 방문한 적 없을 정도로 관심이 적고 실정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급기야 정신건강분야에서 의료계 대표격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신정)까지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신정은 “종합대책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고, 법제도 개선에 진전이 없음이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지난 17일 발표해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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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확충과 24시간 출동 응급개입팀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한 '중증정신질환자 보호ㆍ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발병 초기 환자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해 지속 치료를 지원하는 조기중재지원 사업을 도입하고 저소득층 등록환자는 발병 후 5년까지 외래 지원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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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2016년의 재현 아닌가”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신정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요구해 왔던 비자의입원(강제입원) 제도 개선이 이번 대책에서 중장기 과제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사법부가 환자의 입원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법부 등 제3자가 아닌 의료진과 보호자가 비자의입원을 결정하는 현행 제도에선 환자가 의료진과 가족을 향해 적의를 보이기 때문에 원활한 치료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입원 대상도 현행 자ㆍ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증상이 현저히 악화된 사람으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안인득처럼 증상이 악화해 가족이 입원치료를 희망하는 경우에도 ‘자ㆍ타해 위험이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워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정은 입장문에서 “복지부 역시 2016년도에 발표한 종합대책에서 ‘정신질환자 인권강화 방안의 하나로’ 2019년까지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사법입원이나 입원대상자 범위 확대는 환자단체를 비롯해 사회복지학계 등 의료계 이상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복지부가 당장 도입을 약속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결국 2016년에 제시된 개념들을 뒤늦게 실행하는 것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신센터 인력만 늘리면 OK?

정부가 새 대책에서 가장 중점을 둔 ‘정신센터 인력 강화’를 두고도 사회복지 현장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정부안은 재정당국과 협의를 통해 당초 내년부터 2022년으로 예정돼 있던 정신센터당 인력 785명의 충원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다. 전문요원 1명이 맡는 사례관리대상자를 현재 60명 수준에서 앞으로 25명까지 떨어뜨려 중증 환자에 대해 집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미 예정돼 있던 충원 시기를 좀더 앞당기는 데 불과할 뿐, 증원을 포함하더라도 총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전체의 75%에 이르는 계약직 요원들은 근속연수가 3년이 안 된다. 열악한 처우 때문에 신규충원을 하더라도 숙련된 기존 인력이 퇴사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센터당 4명 정도 충원하는 정도로는 집중서비스를 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신정은 올해 초 내놓은 ‘중증정신질환 정책 백서’에서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환자 가운데 집중관리 환자가 44%에 달하고 월 평균 3회 정도의 서비스를 받고 있어 “실질적 집중서비스 제공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나머지 환자에 대한 월 평균 대면서비스 제공횟수는 1회에 불과했다.

올해 10월부터 자ㆍ타해 위험이 있는 퇴원 환자의 정보가 정신센터에 제공되면 등록 환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 대책만큼 인력이 늘어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오현성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약훈련 하나만 따져도 환자 1명당 일주일에 30분씩 10주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증원한다는 인력으로 분노완화 훈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예산 근사치도 제시 못해

예산 문제로 현실적으로 실천이 가능한 대책인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새 대책에서 거론된 여러 사업들 가운데 예산 규모를 어림짐작으로라도 제시한 경우는 단 한 가지도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사업 개시는 재정당국과 확정했고, 규모를 정하는 문제가 남았을 뿐”이란 입장이지만 그 규모가 시범사업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지역별로 차이가 큰 정신보건 예산 격차를 좁힐 방안도 담기지 않았다. 정신센터 사업비의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운영돼 지역마다 사업 규모가 다르다. 정부는 국비를 한꺼번에 주고 지자체가 알아서 집행하는 광주식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예산 규모가 미정인 상태다. 박능후 장관은 18일 이에 대해 “현실적인 필요성이 크다면 조금 더 국고지원 부담을 높여서라도 지방에서 적극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이번에도 일회성 재원확보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높다. 2016년 계획엔 정신센터에서 전문의 상담을 진행한다는 청사진까지 담겨 있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정은 입장문에서 “청와대가 나서서 치매처럼 중증 정신질환도 국가책임제를 도입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선 결국 예산당국과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치매안심센터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김정숙 여사는 물론 김연명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 차관들까지 방문했다. 그러나 정신센터는 주무부처인 복지부 장관조차 방문한 적이 없다. 환자단체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의 박환갑 사무총장은 “정부가 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한 판국에 비판만 할 수는 없지만 이걸로 문제가 해결되겠다 싶은 내용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