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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자수첩]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1조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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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년 4분기 8개 신용카드사 가맹점수수료 수익 ‘-1조1226억3700만원’. 이 황당한 숫자의 출처는 다름 아닌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이다. 금감원의 수치는 그 어느 금융통계보다 정확한 ‘팩트’로 여겨진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숫자에 보는 이들이 혼란이 컸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숫자가 나온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 변경된 회계처리기준을 일괄 적용하면서다. 이전의 경우 할인혜택, 무이자할부 등 신용카드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금액은 비용으로 처리됐지만 새로 적용된 IFRS15는 수익에서 이를 먼저 빼도록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전체 누계값을 내기 위해 이 ‘우선 차감분’ 1년치를 4분기에 한꺼번에 적용했는데 이 숫자가 통계정보에 그대로 실린 것이다.

금감원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이전 분기 수치와 비교하는 게 맞지 않는 만큼 4분기 수치는 따로 표시하지 않기로 했었다. 통계정보 주석에도 그렇게 안내했다. 그렇지만 전산처리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고 그대로 분기 숫자까지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주 이를 발견해 문제가 된 내역을 숨김처리했다.

전산처리 실수에 따른 단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체가 금감원이라는 점에서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다. 자칫 통계 자체 뿐만 아니라 금감원의 신뢰까지 흔들 수 있어서다.

회계기준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짧은 주석 설명과 수치 비공개만으로 조치를 끝낸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통계를 공개하는 가장 큰 목적은 과거 수치와의 비교를 통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소한 지난해 통계만이라도 새 회계기준을 적용한 수치를 같이 게시했다면 올해 통계와 비교 분석할 수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최소한 올해 나오는 통계수치들은 지난해와 견줄 수 없어 불편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결국 본인들의 업무에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외부에서 통계를 보는 이용자가 아닌 관리자의 시각만 반영된 결과다. 이런 불편은 결국 금감원이 외치는 금융소비자 보호와도 역행한다. “단순한 해프닝이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 이상의 고민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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