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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폰, 두뇌와 심장 빠지면 껍데기폰… "올 판매 1억대 줄어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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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퀄컴, 인텔 등 미국 테크 기업들이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끊기로 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동맥(大動脈) 역할을 할 5G(5세대 이동통신) 패권을 노렸던 중국 정부와 화웨이의 계획에는 심각한 차질이 생기게 됐다. 화웨이의 양대(兩大) 사업인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는 데다, 스마트폰의 '심장' 역할을 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앱 장터(플레이스토어), 유튜브 등 핵심 소프트웨어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미국은 5G 패권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화웨이의 '숨통'을 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화웨이는 전 세계에서 5G 표준 필수 특허(1529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의 대표 기술 기업이다.

◇미국, 화웨이의 두뇌·심장 노렸다

화웨이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 중동·아프리카 등지로 세(勢)를 확대해 나가던 상황이었다. 화웨이 매출도 중국 내수(52%) 못지않게 해외(48%) 비중이 높다. 올 1분기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7.9%를 차지하며 애플(13%)을 꺾고 2위를 차지했다. 이르면 연내에 삼성마저 제치고 1위에 오른다는 목표였지만, 구글과의 거래 중단으로 당장 최신 스마트폰은 물론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 출시와 해외 판매까지 불투명해졌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OS '훙멍'과 사전에 비축한 부품으로 버텨낸다는 전략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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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미국 제재가 계속될 경우 올해 화웨이폰 판매량은 당초 예상(2억4110만대)보다 1억대가량 줄어든 1억56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1억1960만대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과)는 "OS는 앱 생태계 구축이 핵심인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그런 경쟁력을 갖춘 것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밖에 없다"고 했다.

화웨이가 앞서 미국의 제재를 받은 ZTE나 푸젠진화(福建晉華)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 2위 통신업체 ZTE는 미국의 대(對)이란·북한 제재를 위반했다가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 금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받고 도산 직전까지 몰렸다. 결국 중국 정부가 중재에 나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벌금과 경영진 교체 등 굴욕적인 조건을 수용하고 간신히 살아났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自立)을 위해 설립한 푸젠진화도 미국 제재로 반도체 장비 수입이 막히고, 대만과 기술 협력마저 끊기면서 폐업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용인대 박승찬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는 "미국은 자신만만하게 제재를 펼치면 중국이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미 중국 기업들은 정부 주도하에 공동 대응에 나섰고 내수 시장도 커 충분히 버틸 수 있다"며 "오히려 미국이 계속 압박한다면 애플, 월마트도 전부 중국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의 경우)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미국 기업이 중국에 수출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의 거래 금지 조치가 알려진 이후, 중국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아이폰 불매'를 주장하는 글을 무더기로 올리고 있다.

◇미래기술의 신경망 5G 놓고 패권 전쟁

이번 사태는 차세대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한 미·중 경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국은 14억 인구가 쏟아내는 막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5G로 연결하고,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2030년에는 미국을 꺾고 세계 최고 기술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화웨이 통신 장비가 전 세계에 깔리면 그 위를 흘러다니는 핵심 정보들이 중국에 몰래 넘어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 보고 필사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현정 통상지원단장은 "미국은 경제 패권을 뺏기지 않으려 목숨을 걸고 있고, 중국도 체제가 흔들릴 수 있는 협상에는 절 대 동의하지 않아 결국 장기전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앞으로도 중국이 기술 면에서 앞서려 하면 안보 문제를 연결지어 적극적인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안덕근 교수는 "IT 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중 무역 전쟁의 불똥이 어떻게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박순찬 기자(ideachan@chosun.com);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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