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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보고… 영화 꼭꼭 씹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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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의 든든한 지원군 ‘N차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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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흥행세가 꺾였다는 관측에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역대 외화 최다 관객을 기록한 배경에는 ‘N차 관람’ 문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 많다. 3일 서울 용산CGV에서 ‘어벤져스…’ 관람을 기다리는 사람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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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짜리 영화를 어떻게 한 번만 봅니까.”

직장인 황모 씨(27·여)는 지난달 24일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5번이나 봤다. 가장 최근 ‘어벤져스…’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건 ‘쿠키 사운드’ 때문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 ‘아이언맨’(2008년)에 등장한 망치 소리를 듣기 위해 황 씨는 10여 분간 자리를 지켰다. 마블코믹스의 오랜 팬이기도 한 그는 “재관람까지 포함하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영화 22편을 총 50회 가까이 봤다”고 했다.

황 씨처럼 ‘어벤져스…’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N차 관람객이 적지 않다. 지난해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 이후 국내 극장가에 자리 잡은 N차 관람은 19일 관객 수 1341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외화 최고 기록을 달성한 ‘어벤져스…’의 흥행에 가속도를 붙였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5일까지 ‘어벤져스…’의 재관람률은 9.5%로, 관객이 1000만 명을 넘은 영화 중 가장 높다. 러닝타임 3시간에 숨겨진 역대 MCU 영화들의 오마주와 ‘떡밥 회수’ 장면들을 챙기겠다는 관람객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재관람한 관객 중 1, 2인 비중이 71.4%에 달했다. ‘어벤져스…’를 3번 본 김모 씨(25)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화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N차 관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첫 관람 때 놓친 장면들을 필기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시리즈로 이어진 마블 영화에 대한 국내 팬덤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재관람률이 높은 영화 20편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년) 등 MCU 영화 4편이 이름을 올렸다. 2D로 첫 관람을 한 뒤 4DX나 아이맥스로 ‘어벤져스…’를 재관람한 관객 가운데 20, 30대 비중이 70%에 달했다. CGV 관계자는 “‘어벤져스…’의 경우 특별관 객석 비중이 60% 가까이 됐다. 영화 스케일에 맞게 상영관별로 N차 관람을 하는 패턴이 정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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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수증과 함께 N차 관람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도 자리 잡은 모양새다. 2016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111번 본 관객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관련 굿즈를 제공하는 대형 영화관들의 N차 관람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스텔라’(2014년)처럼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영화 외에도 N차 관람 비중이 높은 영화는 ‘명량’(2014년), ‘국제시장’(2014년), ‘암살’(2015년) 같은 역사·시대물이거나 ‘겨울왕국’(2013년), ‘라라랜드’(2016년), ‘보헤미안 랩소디’ 등 음악이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역사물의 경우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많았고 3인 이상 단체관람이 주를 이뤘다. ‘국제시장’을 2번 관람한 김진구 씨(61)는 “산악 동호회에서 단체관람을 한 뒤 감명을 받아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을 찾았다. 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영화”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