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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경찰, 고양저유소 화재 피의자에 “거짓말 아니야” 123회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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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기 고양경찰서는 지난해 10월 9일 고양 저유소 화재 장면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CCTV 캡처 사진은 피의자가 날린 풍등이 저유소 휘발유 탱크 가까이 떨어지는 모습. [사진 고양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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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생한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당시 경찰이 피의자인 이주노동자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 아니냐’,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하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20일 밝혔다. 또 개인정보 공개로 인해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권위는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피의자 A씨의 신문 녹화 영상을 분석한 결과 경찰관은 A씨를 추궁하면서 총 123회에 걸쳐 “거짓말 아니냐”고 하거나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자백 강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의 거짓말 발언은 A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할 때 나오는데, 이는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으로 현행 형사사법 체계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신문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이는 진실을 증명하는 것이지 피의자 신문에서 자백을 끌어내기 위한 근거로 사용해 피의자를 압박하고 강요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헌법 제12조 2항은 형사상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 규칙에도 경찰관이 진술을 강요하거나 진술의 임의성(자유의사로 진술했는지)을 막는 말로 진술거부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A씨의 신분이 일부 공개된 것도 문제로 삼았다. 이주노동자의 이름 일부와 국적·나이 성별 및 비자 종류를 언론사에 공개해 신원이 주변에 드러나도록 한 것은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봤다.

인권위는 해당 지방경찰청장과 경찰서장에게 담당자 주의 조치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및 피의사실 공표 관련 직무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하고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A씨를 중실화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는 검찰 조사를 마친 A씨의 기소 여부 결정만 남았다.

경찰 측은 “충실히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던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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