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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사고' 숨기려했나?…서산시장 "SNS 보고 알았다"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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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충남 서산시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油烝氣·공기 중에 안개 형태로 퍼진 1~10㎛ 크기의 기름방울) 유출사고로 최소 110t의 유해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탱크 안에는 스틸렌모노머(SM)를 만들다 남은 유해물질(잔사유)이 170t가량 들어 있었으나, 현재 60t(소화약재 포함)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20일 한화토탈에 따르면 지난 17일 사고 발생 당시 유증기가 분출된 SM 탱크 내부 온도가 100도를 넘었는데요.

보통 SM 탱크 내부 온도를 50∼60도로 관리해왔지만, 이날 정오(12시)쯤 탱크 온도가 65도를 넘어 삽시간에 100도를 넘어섰습니다.

SM은 온도가 65도 이상 올라가면 서로 뭉치며 열을 방출하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요.

온도가 급상승하자 한화 자체 대응팀과 충남 소방본부는 탱크 외부에 물을 뿌리며 온도를 낮추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달아오른 탱크 온도는 쉽게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사고, 최소 110t 유해물질 외부 유출

자칫 잘못하다간 유해물질이 가득 든 탱크가 폭발하는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했는데요.

탱크 외벽에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한화토탈은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탱크 안으로 열을 내려주는 소화 폼(소화 약재)을 주입했습니다.

그러나 소화 폼은 탱크 안에 있던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부피가 커졌습니다.

결국 탱크 내부 압력이 올라가자 탱크 속에 있던 SM을 포함한 유해물질이 기화돼 탱크 밖으로 무섭게 뿜어져 나왔습니다.

200t 규모 탱크 안에는 사고 당시 170t(85%) 가량의 유해물질이 들어있었다고 한화토탈 측은 설명했습니다.

한화토탈은 이날 서산시청에서 열린 '대산공단 환경안전대책 관계자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설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습니다.

유증기 분출이 멈춘 현재 탱크 안에는 60t(30%) 정도만 남았는데요. 이마저도 온도를 낮추기 위해 주입한 소화 폼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물질의 성분 검사를 마쳐야 알겠으나, 산술적으로 최소한 110t 넘는 유해물질이 탱크 외부로 분출돼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갔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환경부와 노동청은 탱크에 남아 있는 유해물질을 제거토록 명령했습니다.

노동청은 사고가 발생한 SM 1공장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탱크 내부 온도가 올라간 이유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앞서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는 지난 17일 오후 1시 17분부터 스틸렌모노머 공정 옥외 탱크에서 유증기가 유출됐습니다.

유증기를 마신 주민과 근로자 수백명이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 안구 통증 등의 증세로 서산의료원과 중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맹정호 "한화토탈 과연 대책 세우고 있는지 의문"

20일 서산시청에서 열린 '대산공단 환경안전대책 관계자 회의'는 최근 유증기 유출 사고를 낸 한화토탈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맹정호 시장을 비롯 서산시 관계자, 서산시의원, 대산공단 입주 5개 기업(한화토탈·현대오일뱅크·LG화학·롯데케미칼·KCC)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대산공단 입주기업 공장장이 차례로 나서 업체별 환경안전대책 마련 현황을 소개했습니다.

먼저 윤영인 한화토탈 공장장은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공장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특히 공장 재가동 전에 노조 파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고를 낸 한화토탈의 무성의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맹 시장은 "한화토탈 측의 대책은 솔직히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회사 측이 과연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시장으로서 한화토탈에 유감이다. 한화토탈은 지난 17일 사고 직후 시에 연락하지 않았다. 시장인 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고 사실을 알았다"며 "앞으로 사고 발생 사실을 시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 엄중 대처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이번 사고로 서산시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됐고, 시민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심각하다"며 "이 문제에 대해 기업들은 책임감 있는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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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와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는 서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토탈은 공장 재가동을 중단하고,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백윤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 운영위원은 "이번 한화토탈 사고는 회사 측이 미숙련자와 불법 대체근로자를 동원해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산의료원 "유출 유증기 성분 흡입시 중추신경 억제증상 나타날 수 있어"

한화토탈 유증기 사고 피해자 대부분을 치료한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은 20일 "환자 대부분이 두통, 구토, 어지러움, 눈 따가움 등을 호소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와 인터뷰를 통해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의 환자는 없어 저희 의료진도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는데요.

그는 이번 유증기 사고 때 유출된 성분 자료를 넘겨받아 호흡기내과와 환경의학과 전문의가 이날 새벽 1차 분석을 마쳤다면서 "유증기를 급성으로 흡입하게 되면 코나 목구멍 등 점막이 자극되고, 콧물이 증가하며, 기침이나 색색거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드물긴 하지만 매우 심한 경우 폐부종이나 부정맥도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스티렌모노모(유출 유증기 성분)를 흡입하면 중추신경 억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두통 구역 구토 전신 쇠약감 피곤 및 어지러움 그리고 걸을 때 비틀거리는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부에 접촉했을 경우에는 가렵고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고, 피부로 흡수된 경우에도 앞에 얘기했던 중추신경 억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원장은 이날부터 환자들의 추적검사와 예후관찰에 치중할 예정이라며 "주말 동안 응급실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은 다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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