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문 등을 보면, 강원랜드는 2012년 오투리조트에 ‘폐광지역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150억원을 지원했다. 강원랜드는 낙후된 폐광지역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 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다보니 당시 이사회 15명 중 6명이 강원도와 지역 내 자치단체 추천 인사로 채워졌다. 오투리조트 지원안도 당시 태백시가 추천한 김모 사외이사가 태백시 부탁으로 발의했고, 이들 6명과 비상임이사 1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문제는 이사회 의결 당시 오투리조트의 경영상태는 회복불능이었다는 점이다. 부채 비율은 2000%가 넘었고 “지원을 해도 회생 가능성이 적다”는 법무법인 경고도 있었다. 강원랜드는 오투리조트 전환사채 150억원어치를 인수했다가 2년여 만에 모두 손실 처리한 경험도 있었다. 그런데도 사외이사가 지원안을 발의했고, 6명이나 찬성표를 던졌다. 김 전 이사는 “강원랜드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투리조트는 문을 닫았을 것이고, 태백시는 3000여억원의 빚 때문에 파산했을 것”이라며 “기부는 강원랜드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지원금 150억원은 인건비 등으로 소진됐고, 오투리조트는 계속된 경영 악화로 2016년 부영그룹에 매각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1년간 대기업 상장사 169곳의 이사회 안건 4361건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이 가결되지 않은 경우는 17건에 불과했다. 기업의 경영 건전성에 기여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외풍을 막아주는 ‘방패막이’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잘못된 투자 결정을 한 사외이사들에게 배상까지 하도록 함으로써 책임 한계를 크게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사외이사들이 기업경영의 진정한 감시자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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