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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상읽기]사회주택 조례에 관한 몇 가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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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는 시의회에서 발주한 연구용역의 제안요청서가 놓여 있었다. 미션은 ‘사회적 경제 주체가 청년층의 주거빈곤을 개선할 방안’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청년의 주거와 빈곤만 다뤄야 할 이유가 잘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이 기회를 잘 활용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을 강조하되 전반적인 주거빈곤을 다룬다고 문제 삼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경향신문

사회적 경제를 강조하는 새 시장이 당선된 것도 좋은 기회였다. 아주 단순하게 보면 주거빈곤은 소득이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즉 주거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주거비용을 높이는 유력한 용의자는 주택에 끼어있는 불로소득이다. 불로소득을 걷어낸 비영리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면 문제의 호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적 경제와 비영리는 궁합이 잘 맞는 한 쌍이 아니던가.

많은 연구가 쏟아지지만 당장 정책으로 구현되는 경우를 많이 보진 못했다. 이 연구라고 크게 다르겠는가. ‘사회주택’이라는 개념의 논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딱히 요구사항에 없었던 조례안을 만들어서 보고서에 넣었다.

놀랍게도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에 관심을 둔 의원들이 있었고, 얼마 동안 논의와 수정을 거친 후 덜커덕 조례안이 통과되었다. 고마웠지만 걱정스럽기도 했다. 실제로 그간 조례의 쓰임을 돌아보니 고쳤으면 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현재 조례는 사회주택이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 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보고서가 사회적 경제 주체의 참여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너무 소심했던 것 같다. 기왕 일을 키웠으니 눈치 보지 말고 ‘사회주택이란 서민이 부담 가능한 저렴한 수준으로 30년 이상 장기임대사업에 활용되는 주택’이라고 못을 박는 게 학술적인 개념에 좀 더 부합했을 것이다. 반대 의견도 있었겠지만 15년 정도에서 타협점을 찾지 않았을까.

그동안 주택과 관련된 제도가 바뀐 것도 반영해야 하는데, 사회주택에 해당하는 주택을 세부적으로 짚어줄 필요가 있다. 장기임대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도 당연히 사회주택으로 간주될 수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공급되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도 저렴하게 장기간 임대된다면 사회주택으로 포함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같은 맥락에서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이 저렴하게 장기간 임대된다면 사회주택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사회주택을 규정하면 지방자치단체와 그 산하의 공기업이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주체로 당연히 포함된다.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주택을 공공에서 담당하고, 그 외 서민을 위한 사회주택을 사회적 경제 주체가 담당하는 분업구조가 될 것이다.

한편 ‘공공주택 특별법’에는 공공과 민간이 공동사업을 벌여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주택의 공급이 공동사업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공과 사회적 경제 주체가 공동으로 출자하는 사업, 공공은 택지를 제공하고 사회적 경제 주체가 주택을 건설하여 운영하는 분담형 사업, 공공임대주택의 운영을 사회적 경제 주체에 위탁하는 사업 등을 조례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의 사례를 보면, 주택의 계획부터 운영단계까지 입주자의 참여가 이뤄질 때 주택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공동체 활성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거나 매입하는 과정에 지역사회주체를 참여시키거나 공공과 공동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전언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조례의 개정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짚어본 사안들도 충분히 검토되고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세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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