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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사설] 끝내 못 밝힌 ‘장자연 죽음’의 진실, 검경 책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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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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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0일 고 장자연씨 사건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장씨한테 접대를 받았고, 사건 당시 조선일보사가 대책반까지 만들어 수사기관을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접대 강요 의혹 등 성범죄에 대한 재수사 권고는 없었고 이른바 ‘성접대 리스트’의 존재 여부도 결론짓지 못했다. 사건 발생 10년 뒤에 이뤄진 ‘늑장 재조사’의 한계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누가 ‘조선일보 방 사장’인지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아 진실을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는 과거사위의 지적은 왜곡수사에 대한 통렬한 일침이다. 검찰 조직 전체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과거사위는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에 대해선, 장자연씨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을 그렇게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가 술자리 등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불리고, 지인들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잠자리 요구 등은 애초의 부실수사 등으로 인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방 사장 아들’은 2008년 10월 장씨한테서 룸살롱 접대를 받은 방정오 전 <티브이조선> 대표로 판단했다. 방 전 대표와 장씨가 소속됐던 기획사 대표 사이의 통화 내역은 발견했으나, 접대강요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초기 부실수사에 대해선 과거사위 발표와 별개로 검경 스스로 자체 조사를 통해서라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과거사위는 사주 일가 수사를 막기 위해 당시 조선일보사가 대책반을 꾸려 전사적으로 움직인 정황을 공개했다. 사회부장이 수사책임자를 찾아가 ‘조선일보사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퇴출시킬 수도 있다’며 협박한 것도 사실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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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주목할 것은 사주 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인물을 문건 속 ‘방 사장’인 것처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본 대목이다. 대책반의 강효상 경영기획실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찰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 직전 사건 관련자에게 전화해 “방상훈 사장과 장씨는 무관하다고 진술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후 이 인사와 장씨 기획사 대표의 진술은 문건 속 ‘방 사장’이 다른 사람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과거사위는 의심했다. 나아가 검찰마저 불기소 결정문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기재했다. 사실상의 사건 조작 시도로 볼 만하다. 검경 등 수사기관뿐 아니라 언론사의 본분을 망각한 조선일보사의 패륜적 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최근 법정에서 “수사기밀의 상당히 깊은 이야기까지 조선일보 부국장에게 알려줬다”는 증언도 했다. 결국 사주 일가에 대한 출장 조사 등 과도한 배려와 겉핥기 조사, 통신기록 실종 등 총체적 부실수사로 이어졌다. 언론권력 앞에 무릎 꿇는 검찰과 경찰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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