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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05g 오차에…130년 만에 킬로그램 정의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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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은 '세계 측정의 날'이다. 세계 측정의 날(World Metrology Day)는 1875년 5월 20일 세계 17개국이 프랑스 파리에서 미터 협약(길이와 질량의 단위를 미터 기반으로 제정한 협약)을 체결한 것을 기념해 지정됐다. 매년 세계측정의 날에는 각국의 표준 기관(한국:표준과학연구원)들이 단위와 표준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세계측정의 날은 특별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이다. 국제단위계의 7개 기본 단위 중 4개 단위의 개정된 정의가 공식 시행됐기 때문이다. 4개 단위는 질량 단위인 ' 킬로그램'(㎏), 전류 단위 ' 암페어'(A), 온도 단위 '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 '(mol) 등이다. 한 번에 단위 4개의 정의가 바뀌는 것은 도량형의 전 세계 통일을 처음으로 논의한 '미터협약'을 맺은 이후 144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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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열린 제26회 국제도량형 총회에서 4개 단위의 정의 개정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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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4개 단위를 재정의한 이유는 지금보다 더욱 안정적인 기준을 이용해 보다 정확한 측정을 하기 위해서다.
특히 킬로그램의 경우, 1889년부터 백금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국제 킬로그램 원기'의 질량을 1㎏으로 정의해왔다. 하지만 100여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원기 질량 자체가 50마이크로그램(약 머리카락 한 올의 무게) 가량 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상생활에는 거의 영향이 없는 오차이지만, 연구나 산업 분야에서는 이 같은 미세한 질량 차이로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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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킬로그램 원기. 백금과 이리듐의 합금 인공물로, 그동안 1Kg의 질량의 기준이 돼왔다.



인공으로 만든 기준의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정의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kg을 재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바로 '키블 저울'이다. 플랑크 상수(빛 에너지를 광자 주파수로 나눈 수치. 중력 상수처럼 언제 어디서나 같은 값을 갖는다)라는 고정된 값과 물체 질량을 연결하는 '절대 저울'인 셈이다. 저울 한쪽에는 물체를 달고, 다른 한쪽에는 코일을 감아 전류를 흘려서 물리적 에너지와 전기적 에너지를 비교해 질량을 재는 방식이다. 상수값을 이용하기 때문에 물체의 정확한 질량을 10억 분의 1 수준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키블 저울은 아직 측정 정밀도가 1억 분의 1수준이지만 연구진은 2년 내에 기술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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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키블 저울. 키블 저울은 질량·중력·전기·시간·길이 등 수많은 측정 표준의 종합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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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그램 외의 나머지 3개 단위들 역시 시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는 기본 상수를 정의에 활용하게 됐다. '절대온도'라고 일컫는 켈빈 역시 물이라는 특정한 물질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볼츠만 상수를 활용하게 된다.

암페어는 '무한히 긴', '직경을 무시할 수 있는' 같은 모호한 서술 방식 대신 '단위 시간당 전하 흐름'을 표현할 수 있는 기본상수에 근거하기로 했다. 몰의 경우엔 킬로그램에 의존하던 기존과는 달리 아보가드로 상수 규정을 척도로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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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단위의 개정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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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이 같은 단위 재정의로 인한 영향에 대해, "1㎏ 재정의 때문에 몸무게 숫자가 조정되는 일은 없다"면서 일상생활에는 전혀 혼란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즉, "거대한 변화이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게 과학계의 설명이다. 혹여 조금의 여파라도 생기지 않도록 20여 년에 걸쳐 미세하게 상수값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다만 산업현장이나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마이크로 수준의 미세 연구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약품의 미세한 분량 차이나 금 같은 고가 물품 측정 오차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극한 측정 정확도 향상은 첨단산업 경쟁력의 밑거름"이라며 "단위라는 기준이 매우 고도화하면서 최고 수준의 정교한 측정이 가능해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정아연 기자 (nich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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