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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화살머리고지 ‘나홀로 발굴 50일’…북한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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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에서는 우리 군이 단독으로 유해발굴 '기초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일 시작해 오늘로 50일을 맞았습니다. 원래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공동으로 시범적 유해발굴을 할 예정이었지만, 예정일인 4월 1일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의 답이 없어, 먼저 '기초작업'을 시작한 겁니다.

기초작업이라고 하면 본격적으로 유해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뢰를 제거하고 표식을 세우는 등의 일을 하는 건데요. 말이 기초작업이지, 이미 이 과정에서 수많은 유해와 유품이 발굴됐습니다. 어떤 유해가 얼마나 발굴됐을까요? 또, 발굴된 유해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요? 화살머리고지에서의 지난 50일을 정리했습니다.

화살머리고지의 기억

화살머리고지는 6·25전쟁 격전지입니다. 정전협정을 앞둔 1953년 여름, 해발 281m짜리 고지를 두고 국군 2사단과 중공군 73사단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6월 29일부터 30일, 7월 6일부터 11일 두 차례에 걸친 전투에서 국군 200여 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다쳤습니다. 적군 전사자도 1,4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해는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우리 군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 국군 유해 200여 구를 포함해 미군과 프랑스군 등 유해 300여 구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65년 동안 발길이 닿지 못했던 곳, 남북 군사 당국은 지난해 9·19 합의를 통해 이 지역을 시범적 공동유해발굴 지역으로 선정했습니다. 화살머리고지에 얽힌 역사, 예상되는 매장 유해 수, 상호 접근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남북한은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함께 유해를 발굴하기로 했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고 있습니다. 3월 마지막 날까지도 북측의 답이 없어 우리 국방부는 4월 1일부터 화살머리고지 남측 지역에 대해 먼저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장병 500여 명이 투입돼 지뢰 제거와 발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유해 305점: 국군 추정 완전유해

4월 1일부터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는 모두 305점입니다. 이 가운데 '완전유해'도 있습니다. 완전유해는 두개골부터 팔, 가슴, 다리 뼈까지 해부학적 연속성이 유지된 유해를 말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유해가 발굴될 때 뼛조각 일부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깨뼈 일부, 정강이뼈 일부, 두개골 등이 따로따로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한 자리에서 같은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대부분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를 완전유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신원을 빨리 파악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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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발굴된 국군 전사자 추정 완전유해와 유품들 [사진 제공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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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일 동안 발굴된 유해 중에서도 완전유해가 있습니다. 5월 15일 발굴된 완전유해는 국군 전사자로 추정됩니다. 유해 주변에서 국군 하사의 철제 계급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계급장 외에, 국군 전사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철모와 수통, 숟가락, 탄통 등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이보다 앞서 4월 24일에도 완전유해가 발굴됐지만, 이 유해의 경우에는 아직 신원을 특정할 정도의 유품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 사진까지 공개된 건 이렇게 2구인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완전유해가 추가로 더 발견돼,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품 2만 점: 프랑스군 군번줄

인식표와 철모, 방탄조끼 등 유품도 2만여 점 발견됐습니다. 발굴된 유품 가운데에도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5월 7일 발굴된 프랑스군 전사자의 인식표(군번줄)입니다. 인식표에는 'MOALIC. YVES, M RENNES', 'FRENCH' 라는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국방부는 이 인식표의 주인은 6·25 전쟁에 참전한 프랑스군으로, 현재 프랑스에 유해가 안치돼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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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발굴된 프랑스군 인식표 [사진 제공: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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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식표는 최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부 장관의 통화에서도 언급됐습니다. 정경두 장관이 부르키나파소의 인질구출 작전 중 숨진 프랑스 군인을 애도하며, 이 인식표가 발굴됐다는 얘기도 꺼낸 겁니다. 힘들었던 전장에 프랑스군도 함께 있었다는 증거와도 같은 물품이라고 할까요. 우리 군과 프랑스군 사이의 특별한 상징이 된 이 군번줄은, 두 나라의 협의를 거쳐 프랑스로 인도될 계획입니다.

북한은 말이 없다

그렇다면,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약 북한군 추정 유해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화살머리고지 전투에는 주로 중공군이 참전했기 때문에 북한군 유해가 나올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혹여 나온다 하더라도 유해의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형상 동양인 유해는 서로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협조로 유족 DNA 대조 등을 하지 않는 한 신원을 알기란 어렵겠죠.

하지만 북한은 아직도 응답이 없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북 공동유해발굴은 곧 시작될 것만 같았습니다. 지난해 10월 1일, 남북한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를 제거하고 남북 연결 도로를 개설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남북한을 잇는 폭 12m의 이 연결도로는 12월 7일 완성됐죠. 모두 9·19 군사합의에 따라 일정에 맞춰 진행된 겁니다.

올해 들어서는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공동유해발굴을 4월 1일부터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에, 남북은 2019년 2월 말까지 공동유해발굴단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서로 책임자 명단을 확정하고 이 사실을 상호 통보하기로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기한을 넘겨 3월 6일에야 북측에 발굴단 구성 완료를 통보했고, 북측은 아직 답이 없습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바뀐 분위기 탓이었을까요. 이는 9·19 군사합의서에 기한이 명시된 조항 중 제때 이행되지 않은 첫 사례였습니다.

남북이 합의한 일정에 따르면, 화살머리고지에 대한 시범적 공동유해발굴을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입니다. 벌써 5월 말이니까, 이미 예정된 기한의 1/4 정도가 지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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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머리고지 남북 연결도로 작업 중 악수하는 남북한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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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이 아닌, '기초작업'인 이유

우리 국방부는 이 1/4의 기간을, '남북유해공동발굴을 위한 기초작업'을 하며 보냈습니다. 사실상 유해발굴이나 다름없는 작업입니다. 발굴 지역을 확장하고, 지뢰를 제거하고, 그러면서 나오는 유해를 수습하는 일이니, 그냥 유해발굴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 국방부는 공식 석상에서, 보도자료에서 꾸준히 '기초 작업', '기초 발굴', '준비 작업'과 같은 용어를 사용해 현재 진행 중인 발굴 작업을 설명합니다. 아직 준비 단계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화살머리고지 일대를 언론에 공개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언론의 현장 촬영과 취재에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군사합의 일정에 맞춰 유해발굴을 먼저 시작하기는 했지만, 북한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방부는 "지금 화살머리고지에서 진행되는 작업 역시 9·19 군사합의로 쌓은 남북 간의 상호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향후 북측이 함께하는 공동유해발굴이 성사된다면 더 많은 유해와 유품을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6월 1일부터 DMZ 평화의 길 철원 구간이 일반에 개방됩니다.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출발해 비상주 감시초소(GP)를 거쳐 다시 백마고지 전적비로 돌아오는 15km 구간인데, 이 GP 바로 앞이 화살머리고지입니다. GP에 오르면 유해발굴현장이 보일 거라고 하네요. 지금은 우리 군인만 보일 테지만, 언젠가 남북한 군인이 함께 유해를 발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기초작업'을, '남북공동유해발굴'이라 부르게 될 날이면 말입니다.

윤봄이 기자 (springy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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