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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청계천과 박원순의 을지로 재개발,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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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사슬로 연결된 청계천 공구상가, 점진적 재개발에도 흔들

산업재생 내세운 서울시, 실태조사·이주대책 무소식

청계천 소상공인들 "가든파이브 제안한 MB보다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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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시티② 보이지 않는 도시

"세운 옥상이 종묘를, 또 북악과 인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점이라면, 진양상가 옥상은 남산을 볼 수 있는 서울의 절경 중에 한 곳이 될 것입니다. 7개의 세운 옥상은 역사 도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눈은 공중을 향해 있었다. 2018년 3월, 다시 세운 프로젝트 2단계 착수식. 박 시장은 1km에 이르는 세운상가군 7개 건물을 연결하는 공중보행 길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2020년을 목표로 종묘에서 남산까지 보행데크로 연결하는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서 보면 동네가 되게 낙후한 거 같거든요, 사람 안 살고 그런 거 같은데 그게 아닌 거예요. 이 안이 다 공장이고 상점이에요."

서울 도심 한복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비닐 천막으로 얼기설기 덮은 지붕들. 그 밑에 가려진 작은 공장들은 수십 년째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세운상가 데크에 조성된 메이커스 큐브에서 3D 프린터를 만드는 이동엽 대표는 이 동네를 'DMZ처럼 보존된, 너무나 아름다운 생태계'라고 말한다. 붓글씨 간판이 걸린 작은 공장 수천 개가 구불구불한 골목 사이로 일을 주고받는 모습은 오래된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풍경이다. 이 풍경은 보행 데크를 내려와 지층에 섰을 때 비로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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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처럼 이어진 협업 공정, 점진적 개발에도 전체 영향

청계천 공구상가라고 불리는 동네. 1968년 세운상가가 세워지기 이전부터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전자기기를 수리하고 부품을 재활용하며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근대산업공간이다. 청계천 복원을 밀어붙인 이명박 시장도 이 공구상가 이전에 실패했다. 그래서 도시재생을 내세운 박원순 시장 시기에 이 공구상가가 위기를 맞으리라고 소상공인들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차피 우리 업종은 지금 다 작살나게 생겼어, 이번에. 나중에 봐봐요."

청계천 공구상가는 "어떤 소리도 못 지르고 조금씩 무너지는 중이다." 금속 가공을 하는 이영건 사장은 "조금씩 조금씩 (재개발이) 이렇게 들어오니까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청계천 복원 당시 집단 이주가 추진되자 소상공인들이 집단적으로 대응했지만, 점진적으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집단행동을 고민할 새 없이 일부가 헐려 나갔다.

서울시는 2014년 세운상가 건물을 존치하는 내용으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하면서, 을지로 일대의 개발 단위를 잘게 쪼갰다. 이전 계획에서 최대 7만 3861㎡였던 8개 블록이 최소 1000㎡ 내외 171개 필지로 나뉘었다. 필지 분할은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을 지양하고, 점진적이고 순환적인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이해관계자 수를 줄여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결집한 청계천 소상공인들의 대응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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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변 일부 공장과 유통업체가 재개발로 철거되면서 안쪽 공장들은 연달아 고사하고 있다. 블록 전체가 철거된 것처럼 보이면서 골목 안쪽에 있던 공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철거된 공장과 협력하던 공장들도 연쇄적으로 일감이 줄었다. 이 일대 공장들은 홍보랄 것 없이 수십 년간 축적된 공장 간 유대관계로 생산 활동을 해왔다. 한 공장이 제품을 의뢰받으면, 이웃 공장이 물건을 이어받아 다음 공정을 연이어 처리한다.

사슬처럼 이어진 공정의 한두 고리가 끊기면, 신속한 제조와 완제품 생산이 불가능하고 일감도 자연 끊긴다. 일부 지역의 철거만으로 연관 업체들이 타격을 입는 이유다. 청계천 을지로 일대의 장점이었던 긴밀한 협업 구조는 점진적 개발 방식에도 동네 전체가 취약한 조건이 되고 있다. 철거 지역 안쪽 골목에서 계속 영업 중인 정밀 기계금속 업체들은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한다.

소규모 공장의 집단적인 협업 구조는 이전이 쉽지 않은 이유로도 작용하고 있다. 정밀기계 공장을 하는 정연정 사장은 "지금 다른 데 가더라도 벌써 입소문이 나서 '어디로 그 사람들이 간다' 그러면 그쪽 가게가 비는 대로 부동산에서 가겟세를 엄청 많이 올려놨다. 지금 거의 보면 배가 올랐다고 봐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라질 일자리, 새로 생길 일자리 비교해보니

청계천 을지로 일대는 서울에서 도심 제조업이 가장 집중된 곳이지만, 서울시는 재개발을 계획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훼손되면 사라질 사회적 편익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한 바가 없다. 재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도시연구자, 시민들이 직접 실태조사에 나선 이유다.

청계천 을지로 보존연대는 지난 2월부터 세운 3구역, 수표지구의 500여 점포 중 321곳을 대상으로 '지역 기초조사 및 산업 연계성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청계천에서 일을 시작한 시기는 1987년으로 31.4년간 종사 중이다. 대개 10년간 기술을 익혀 22년째 현재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거래 범위는 전국적인 규모였고, 대학 산학협력단, 의료기기 등 첨단업종과 예술가 등이 주 거래처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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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을지로 일대 100개 업체의 단골 거래처 450여 곳을 대상으로 한 네트워크 분석도. 출처: 박은선(2019), 세운 글로벌 포럼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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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간 네트워크를 분석했더니 입정동, 산림동, 장사동의 제조업체와 공구 도매업체, 수리업체가 유기적이고 수평적으로 얽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열린 '세운 글로벌 포럼: 도시와 제조업의 미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박은선 활동가(연세대 도시공학과 박사수료 연구원)은 "이 일대는 청계3가에서부터 8가까지 이어진 연관성과 효율성이 특징"이라면서 "만약 한 구역이라도 재개발될 경우 연결망이 파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자리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청계천 을지로 보존연대는 이 지역 전체 일자리가 약 1만 개로, 직원까지 포함하면 거의 2만 5천여 개의 일자리가 재개발로 없어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반면, 2017년 11월 서울시의 의뢰로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도시재생 사업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 조사 분석'에 따르면, 세운상가 재생사업의 직접고용유발 효과는 1,720개에 불과하다. 인근 재개발로 세워질 업무시설과 숙박시설에 따른 간접 고용유발 효과는 1만 8,910명으로 추정된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 못지 않게 악영향을 받는 기존 일자리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이유다.

"차라리 가든파이브가 이주조건은 제일 나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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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공구거리 이전 상가로 설계된 가든파이브의 2010년 6월 개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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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이브 이전 계획이 실패한 것에서 보듯, 청계천 일대 제조업체들의 집단 이주가 쉽지 않고 아예 이주가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세운상가를 제조업 혁신처 '메이커시티'로 명명하고 산업재생을 추진 중인 현재 서울시의 대책은 어떨까. "이명박 시장 당시 이주 대책과 현재 서울시의 대책을 비교하면 어떠신가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결같이 "차라리 가든파이브가 이주 조건은 제일 나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답은 가든파이브가 적절한 이주 대책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당시 서울시는 이주대상 업체를 방문해 작업 환경의 특성을 조사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주물 가게에는 섭씨 1300도까지 올라가는 고열 가마를 땅밑 1.2m 깊이에 설치할 수 있어야 하고, 조형 작업에 필요한 모래 4톤가량을 쌓아둘 곳이 필요하다. 프레스기 역시 바닥으로 수미터를 파서 단단하게 고정해야 하고, 작업 과정에서 진동이 발생해 건물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지층이 아닌 아파트형 공장에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이명박 시장 당시 서울시는 청계천 공구거리 이전 상가로 가든파이브를 조성하면서, 이 같은 작업환경의 특성을 조사했지만,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또한, 당초 약속했던 분양가보다 1억 원가량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자재 판매상과 협력 공장들이 이전하지 않으면서, 가든파이브로 이주했던 업체들마저 다시 청계천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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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째 영업 중인 신아주물. 이전 주인은 3대째 대물림한 가게의 명칭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김학률 사장에게 권리금 없이 가게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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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을지로 일대의 산업적 가치를 서울시가 미처 몰랐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2014년 서울시의 의뢰로 서울연구원이 수행한 '도시계획을 통한 도심 산업 육성·발전 방안' 보고서는 청계천 일대 현장 연구를 토대로 도심부 산업을 정의하고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귀금속, 인쇄, 의류/봉제, 기계/금속, 목재/가구/비금속, 전기전자정밀, 문화창작 예술 등 7개 산업이 연관 효과가 크고 우선 지원해야 할 산업으로 분석했다.

지난 1월 박원순 시장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이후, 서울시는 뒤늦게 산업 생태계를 보존하는 방향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개발 예정지인 청계천 을지로 일대에선 정책 방향 전환과 관련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비와 산업생태계 보전이 공존하는 재개발이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을 뿐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이 지역을 연구했던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청계천 을지로 일대가 재개발로 사라지면 제조업에서 숙련도가 가장 높은 세대가 송두리째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서울시가 재개발이라는 통념적인 도시계획 기법으로 도심부에 접근할 뿐, 임금정책, 노동정책, 산업정책 측면에서 종합적인 고려가 부족하다"면서 "도시형 산업의 실체는 결국 숙련도인데 이를 어떻게 승계하고 온존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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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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