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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단위 바뀐다, 빨리 집사라" 판치는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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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을 검토한 적도 없고,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0일 기자들과 만나 한은은 화폐 단위 변경 계획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금 대내외 경제 상황이 엄중한데 국민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리디노미네이션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은은 검토하지도 않고, 추진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에 조금도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에는 청와대가 "이번 정권에서는 화폐 단위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

곳곳에서 퍼지는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한 각종 불확실한 정보가 확산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개혁 중에서도 화폐의 액면만 바꾸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현재 1000원을 1원으로 낮추는 식이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관심은 지난 3월 이주열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회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공론화를 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의원들 질의에 동의한 게 발단이 됐다. 이후 원론적인 답변이었다며 이 총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금은 아니다"고 수습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국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는 토론회가 열리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정부와 국회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엇박자를 내며 국민의 의심을 증폭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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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는 건 유튜브다. 유튜브에 '리디노미네이션'을 검색하면 '화폐 개혁이 몰고 올 부동산 대폭등 시나리오' '잠잠해진 강남 집값 폭등시킬 리디노미네이션' 등의 콘텐츠가 줄이어 뜬다. 그중 '부동산 핵폭탄 터진다'는 동영상은 조회 수 73만명을 기록했다. 해당 동영상은 5억원짜리 집이 50만원이 되면 싸다고 느껴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른다는 '부동산값 폭등설'을 주장한다.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영상도 많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인기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남북 단일 통화 화폐 개혁 추진' 영상은 정부가 북한과 화폐 단위를 맞추려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다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지하경제 양성화 과정에서 '정부가 5만원권처럼 장롱 속에 숨어 있는 고액권을 세상으로 끄집어내 소비 활성화에 활용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또 물가가 하락하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니 '금이나 비트코인을 사둬야 한다' 등의 주장도 유튜브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최근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콘텐츠를 올린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유튜브에 떠도는 내용을 보면 거의 음모론 수준의 이야기가 많다"며 "국민의 경제에 대한 불안과 정부에 대한 불신도 일부 반영돼 있고, 현 정부의 재벌 개혁 등과 리디노미네이션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1년 뒤 총선과 그 후 대선을 앞둔 상태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우려가 큰데, 박정희 정권 때 이뤄진 화폐 개혁 경험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정희 정권은 1962년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환'을 '원'으로 바꾸고 액면단위를 10대1로 조정하는 화폐 개혁을 실시했다. 당시 정부는 예금을 일정 비율로 봉쇄계정에 편입시켜 인출을 동결하는 방식을 취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이 실행될 경우 화폐가치가 떨어져 보유 금융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금이나 부동산, 달러 자산 같은 실물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5월 들어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평균 일일 금 거래량은 3월보다 2.5배 증가한 42.9㎏에 달하고 있다. 금 1g 가격은 20일 기준 4만8950원으로 최근 크게 올랐다. 대표적 리디노미네이션 관련주로 꼽히는 ATM 관련 주가도 최근 널뛰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각종 음모론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 국민이 리디노미네이션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7일 1000원을 1원으로 변경하는 원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물가 인상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반대 응답이 52.6%, '경제 규모에 맞춰 화폐 단위를 바꿔야 한다'는 찬성 응답이 32.0%로 각각 집계됐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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