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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건설기계 노동자의 이유 있는 착각 / 육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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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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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 건가요?”

올해 초부터 부쩍 노조사무실에 이런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 덤프트럭, 굴삭기, 기중기 등의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조합원들이 고용보험에 당연 적용을 받게 된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아쉽게도 올해부터 산재보험은 적용되나 고용보험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을 한다.

많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올해 1월부터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9개 직종에 포함되어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11일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의 ‘믹서트럭 운전사’에 한정되어 있던 산재보험 적용 범위가 ‘건설기계관리법에 등록된 건설기계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인 ‘건설기계 운전사’로 확대된 결과이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산재보험에만 한정된다. 고용보험위원회가 정한 고용보험 적용을 받는 9개 특수고용 직종은 ‘보험설계사, 믹서트럭 운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출 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대리운전 기사’ 등이다. 여전히 ‘믹서트럭 운전사’로 범위가 제한돼 있고, 산재보험 적용 범위인 ‘건설기계 운전사’로 확대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었으니 당연히 고용보험도 산재보험과 같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믹서트럭 운전사에서 전체 건설기계 운전사로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한 이유는 이 분야에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매우 높아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는 산업재해 못지않게 실업 역시 큰 위험이다. 현장에서는 “운전이 느리다” “작업자들이 싫어한다” “단가가 더 낮은 사람을 찾았다” “차가 너무 낡았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해고된다.

게다가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해고에 대한 어떠한 구제도 받을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건설노동자가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타워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벌이다 추락해 크게 다쳤다는 뉴스가 전해진 적이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상시적인 임금체불에 시달리면서도 그만두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데다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끌어 쓸 수 있는 돈은 다 끌어 썼고, 신용도 엉망이라 급하게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건설노동자가 태반이다. 어찌 보면 건설기계 노동자에게는 산업재해보다 더 무서운 게 해고와 실업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건설기계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정부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에서 ‘믹서트럭 운전사’를 ‘건설기계관리법에 등록된 건설기계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으로 확대하여 이미 수많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착각’을 ‘현실’로 바꿔주기 바란다.

한겨레
육길수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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