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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울증처럼 '게임 중독'도 질병 분류되나…WHO 총회서 5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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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울증이 '병명'으로 분류된 것처럼 ‘게임 중독’도 질병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지 여부가 27일께(현지 시각) 확정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보건당국과 의료계, 게임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WHO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국내에서 건강보험 수가 적용 등 논의도 본격 시작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11차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에 '게임 중독(게임이용장애, Gaming disorder)' 항목 질병 정식 등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ICD-11가 승인되면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해 학업, 일상생활 등에서 지장을 받는 게임 이용자들이 약물치료나, 전문 중독 관련 상담을 할 수 있는 의학적 근거가 마련된다.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될 지 여부를 담은 ICD-11은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학계 입장이다.

총회에서 ICD-11이 확정되면 게임 중독은 약 5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2022년 1월부터 공식 질병으로 분류된다. 국제질병분류(ICD)에 게임이용 장애가 공식 질병으로 등재되는 것을 의미한다.

WHO는 게임 중독을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며, 중독성이 지속되고,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계속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의학계는 이 같은 게임 중독 질병 분류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도 게임 중독 질병 분류 진단 기준의 모호성, WHO 임상 실험 데이터 부족, 게임 중독 낙인 등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게임 과몰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이는 뇌영상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등재되면 새로운 체계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신건강 치료 체계 하에서 훈련과 치료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유병률은 전체 인구 중 1~2%에 불과하므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 과몰입과 정신질환 상관관계를 집중 연구해, 질병으로 분류해 치료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일상생활 기능 장애 발생 사례가 유의미하게 늘면서 질병으로 분류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중독은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에서도 정식 질환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개정안(DSM-5)에서 '인터넷 게임장애' 용어를 처음 제시한 미국 정신의학협회(APA)도 이 항목에 대한 과학적 연구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것을 보류했다.

이와 함께 학업 스트레스, 단순 놀이용으로 게임 과사용을 하는 것과 게임 과몰입은 엄연한 차이가 있는데도 획일적으로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학 관점에서 질병으로 분류해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면서 "심각한 게임 중독 환자는 분명히 있지만, 그 원인이 가벼운 우울증과 주의력결핍장애(ADHD)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게임 자체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구분짓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WHO 총회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WHO에서 확정적으로 게임장애 질병 코드가 정해지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질병코드 등재 승인 시기인 2022년경 통계청이 관장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중독 항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적용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ICD를 바탕으로 개정된다.

국내 의료기관에서도 통계청과 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협의를 거쳐 게임중독이 공식 질환으로 등재될 수 있다. 게임업계, 관련 협단체 등은 ICD-11이 WHO의 권고안이라는 점을 근거로 해 게임중독 질병분류를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WHO에서 질병으로 분류가 되면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에서 수가 등재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이해국 교수는 "새로운 치료가 시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건강보험으로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 등을 치료하듯이 '게임 중독'도 질병으로 분류해 치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게임 중독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옵션이 열리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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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계는 게임중독 질병 등재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문체부,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29일에도 WHO에 게임중독의 질병 지정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게임 등급 분류에도 대부분 ‘부모 동반(PG, Parental Guidance)’을 활용, 부모의 판단하에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게임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과도한 규제가 업계 발전을 막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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