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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이슈' 찬드, 인도 육상 선수 최초로 커밍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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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고백한 인도 스프린터 두티 찬드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인도 여성 스프린터 두티 찬드(23)가 "고향에서 만난 여성과 5년째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20일(한국시간) 찬드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찬드는 용기를 내서 인도 육상 선수 중 최초로 '커밍아웃'을 했다.

그는 "고향인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만난 여성과 5년 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내 영혼의 단짝을 만난 기분이다"라며 "세상 모두가 모두를 사랑할 자유가 있다. 사랑은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전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금 만나는 사람과 정착해 사는 삶을 꿈꾼다"고 덧붙였다.

인도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게이 금지법'으로 불리던 '동성 간의 성행위 관련 처벌법'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찬드는 "대법원의 결정 덕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인도에서 동성애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낸다. 찬드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용기를 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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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두티 찬드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찬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며 인도 육상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당시 여자 100m 결선에서 11초32로 2위에 올랐다. 인도가 여자 100m에서 은메달을 딴 건,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P.T. 우샤 이후 32년 만이다. 찬드는 여자 200m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찬드가 세계 육상계에 이름을 알린 건, 실력이 아닌 '도핑 이슈' 때문이었다.

찬드는 2012년 인도 청소년 육상대회 100m에서 11.8초로 우승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2013년 아시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 200m에서 23.81초로 3위에 올라 아시아 무대 경쟁력도 증명했다.

하지만 2014년 7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찬드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다"며 여자 대회 참가를 무기한 금지했다.

찬드가 약물을 복용한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찬드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가 10nmol/L(혈액 1리터당 10나노몰. 나노는 10억 분의 1)을 넘어섰다. IAAF는 "여성으로 보기 어려운 테스토스테론 수치"라고 주장하며 "약물 투여 혹은 수술로 수치를 낮춰야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찬드는 이를 거부하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IAAF를 제소했다.

길고 지루한 다툼이 끝에 2015년 7월 CAS는 "찬드가 여자 경기에 출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 덕에 찬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했고 이후에도 자유롭게 국제대회에 나섰다.

IAAF는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을 남성호르몬 제한 규정 대상으로 적용하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고, CAS가 이를 "합리적인 규정"이라고 판결했다.

캐스터 세메냐(남아프리카공화국)는 법정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IAAF 규정에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여자 중거리 선수들은 5월 8일 이후 여자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

100m, 200m 등 단거리가 주 종목인 찬드는 호르몬 수치와 무관하게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다.

찬드는 "IAAF가 호르몬 수치에 집착해서 세메냐 등 중거리 선수들의 출전을 막는 건, 정말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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