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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과로사 집배원 "이삿짐 나르기에 반려견 돌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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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열악한 근무환경, 부당지시 시달려"…노조, 진상규명 등 촉구

대전CBS 김정남 기자

노컷뉴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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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이삿짐, 사택에 키우는 개똥 청소와 개 사료주기까지 지시받았습니다." (고(故) 이은장 집배원의 형)

지난 13일 숨진 34살 무기계약직 집배원이 과중한 업무에 상사의 사적인 지시까지 받았다는 주장이 불거지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9. 5, 13 34살 무기계약직 집배원 숨져…집배노조 "과로사)

고 이은장 집배원의 유가족은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집배원의 억울한 죽음'이라는 글을 올리고 이 집배원이 생전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당지시 등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 집배원의 형은 게시글을 통해 "이동거리가 많은 농촌지역임에도, 하루 배달한 우편물량은 하루에 1200여건 정도로 전국 집배원 평균보다 200건 이상 많았다"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 것으로 기록이 돼있지만 실제 퇴근은 미리 기록해놓고 매일 2~3시간 연장근무를 해야 했고 우편물을 집에까지 가져와 분류작업을 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몸이 아프거나 배달을 하며 다치게 될 경우에도 퇴근이 늦어 병원을 가지 못할 정도였지만, 곧 있을 정규직 전환을 위해 동료 몫까지 더 많은 일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상사의 이삿짐 나르기와 사택에서 키우는 개똥 청소, 개 사료주기 등 개인적인 일까지 업무지시로 내려와 평일과 주말에 나와 일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 집배원의 형은 "제 동생은 상사의 심부름과 사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에 많이 힘들어했지만 곧 있을 정규직을 기다리며 '힘들다, 힘들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하소연만 할 뿐이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차가워진 동생의 몸을 만지며 출근을 준비해둔 옷과 집배원 가방, 그리고 정규직 응시원서를 발견했다"며 "그렇게도 바라던 정규직 응시원서에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적은, 어린나이에 죽은 제 동생이 안타깝고 억울해 청원을 올린다"고 했다.

유가족이 올린 국민청원 게시글에는 현재까지 1만5천여명이 동의했다.

이에 대해 충청지방우정청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당지시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전국집배노조는 "우체국은 '주 52시간을 준수했다'며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20일 오후 4시 공주우체국 앞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 집배원의 과로사 순직 인정 등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고 이은장 집배원은 지난 13일 새벽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노조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이 집배원은 공주우체국에서 무기계약직인 상시계약집배원으로 근무했으며 오는 7월 정규직 응시를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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