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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의 사이버펀치]<112>기술경제전쟁이 강 건너 마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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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장비에 숨겨진 백도어'는 발견하기 어렵고, 설령 발견한다 해도 불순한 설치목적을 증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원격 관리나 데이터 수집은 일반 정보통신 기기도 필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국의 데이터와 인프라 안전을 핑계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50일 이내에 시행령이 마련되고, 중국의 화웨이와 70여개 계열사는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제한된다. 장비 수출도 금지되지만 부품 수입 제한으로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생산에도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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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는 이미 예견한 것이어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고, 전문가를 동원해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논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 생산은 하이실리콘에 맡기고 기타 부품은 삼성과 노키아 등에서 수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쉬운 싸움은 아니다. 이미 구글은 화웨이와의 비즈니스에 제동을 걸고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접근과 플레이 스토어, G메일 등 서비스를 제한했다.

여러 국가의 부품이 혼재돼 있는 정보통신 장비 관련 분쟁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5G 개통과 함께 벌어지는 터여서 이번 사건은 시사점이 크다. 기술 기반의 경제전(기술경제전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통신 3사의 5G 도입 결정과 맞물려 심각한 고민을 했지만 뚜렷한 정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후허우쿤(미국명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의 '기술과 정치 분리' 주장도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종속은 국가경제를 망가뜨리고, 결국은 경제식민지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경제전쟁은 특정 제품 거래를 제한하면서 시작된다. 식량만큼이나 필수품이 된 정보통신 장비의 생산과 소비 제한은 국민 불편과 막대한 경제 손실을 가져오고, 결국은 항복하게 되는 시나리오로 전개된다.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을수록 협상력이 약화돼 상대방의 폭거에 저항할 힘조차 상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기술 부족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OS나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에 지나친 비용을 지불한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십개 기반의 기술로 구성된 정보통신 장비를 '나 홀로' 개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상의 품질과 성능을 요구하는 제품에 얼마나 많은 우리 기술이 포함돼 있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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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제전쟁이 발생하는 분야는 5G만이 아니다. 아마존·IBM·구글이 경쟁하는 클라우드 분야의 격전은 시작된 지 오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도 자율자동차와 디지털바이오 분야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백신과 지능화된 솔루션이 대결하는 정보보호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정보통신 전 분야에서 기반 기술 개발은 대박을 부르는 연구개발(R&D) 이상으로 중요하다. 투자 대비 결과는 미약하지만 쌀농사를 포기할 수 없듯이 성과에 상관없이 기반 기술 R&D에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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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제전쟁에서 경쟁력은 오랜 시간 R&D를 통해 증강된다. 우리도 기술경제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 기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정보통신 필수 제품과 서비스의 기반 기술을 통째로 외국에 넘겨주는 과오는 치명타로 작용한다. 외국 제품에 우리 기술을 장착하는 전략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술 경쟁력이 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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