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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中, 반미 감정 조성하나…'한국전쟁' 연일 집중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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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앙TV, 16~19일 매일 6·25전쟁 관련물 방영

"중국, 한국전쟁 때 약했지만 미국 이겨…무역전쟁 안무서워"

한국전쟁 강조에 사드 이후 잠잠해진 반한 감정 유발 우려

연합뉴스

한국전쟁 관련 영화를 보는 중국 노인
[글로벌타임스 화면 캡처]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중국의 6·25 전쟁(한국전쟁) 참전을 집중 조명하면서 반미 감정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쟁의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연계돼있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이 한국까지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우려도 나온다.

20일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관변 학자들을 인용해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인들이 참전한 한국전쟁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미국의 끊임없는 도발은 중국인들에게 반미 감정을 유발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6·25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의미로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국 관영 방송인 중국중앙(CC)TV는 이례적으로 중국의 6·25 전쟁 참전을 다룬 영화들을 긴급 편성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매일 방영했다.

지난 19일에는 장진호 전투에 관한 영화가 CCTV 채널 6번을 통해 중국 전역에 송출됐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저수지 장진호에서 벌어진 격전으로, 미군 1천29명이 사망하고 4천894명이 실종됐다. 미군 전쟁사에서 가장 고전한 전투로 기록돼있다.

CCTV는 지난 16일에는 '영웅아녀'(英雄兒女), 17일에는 '상감령'(上甘嶺)을 방영했다.

영웅아녀와 상감령은 중국군이 한국전쟁에 자원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부모, 부부, 전우 간 생사 이별을 줄거리로 하는 영화다.

CCTV 채널 6번 측은 중국이 제작한 한국전쟁 영화들을 갑자기 방영한 데 대해 "시청자의 요구와 현재 상황을 반영해 이런 편성을 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 관련 영화 '영웅아녀'
[글로벌타임스 화면 캡처]



이에 대해 일부 중국 네티즌은 "우리는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CCTV 최고" 등의 댓글을 올렸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최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을 통해 "미·중 무역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우리에게 조선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고 언급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관영 매체들은 국가가 통제하기 때문에 갑자기 한국전쟁을 언급하는 영화와 방송, 글들이 쏟아지는 것은 반미 감정 조성을 통해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중국인들의 불만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군사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에 "미국 일각에서는 한국전쟁이 무승부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미국에 대항한 중국군의 상징적인 승리였다"면서 "중국은 미군에 휴전 협정 사인을 강요했고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전혀 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시 중국군은 미군보다 훨씬 약했는데 상징적인 승리를 거뒀다"면서 "하물며 중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한 현재 미국이 일으킨 무역 전쟁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싱크탱크 판구연구소의 안강 연구원은 "중국이 싸울 때 중국과 미국이 공정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중미 관계 연구원은 "무역 전쟁은 막대한 사상자를 낸 한국전쟁과 같은 실제 전쟁과는 다르지만 중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 개발을 해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면서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과 인민의 단합이 한반도에서 미국의 침략을 막는데 결정적이었다는 점은 한국전쟁에서 얻은 경험"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국이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한국전쟁을 부각함에 따라 당시 중국군과 대척점에 서 있던 한국 또한 미국과 함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반한 감정이 사드 사태 이후 가라앉고 있는데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한국전쟁 부각으로 또다시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격이 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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