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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미국서 데려온’ 판다에 “조국 땅 밟았다” 환호 중국,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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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돌아온 판다 '바이윈(白雲)'

중국 국영 방송사 CCTV가 미국에서 돌아온 판다 바이윈(白雲) 소식을 사흘 연속 보도했다. 알다시피 판다는 중국의 국보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다른 곳도 아닌 '미국'에서 돌아온 판다이다 보니 중국 국민들의 관심도 폭발했다. CCTV는 바이윈의 새 보금자리 쓰촨성(四川) 두장옌(都江堰)에 TV 중계차까지 내보내 자세히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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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던 시절 바이윈과 새끼 샤오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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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2013년 5월 10일 어미 바이윈이 태어난 지 5개월된 새끼 샤오리우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이다. 암컷 판다 바이윈이 중국으로 돌아온 건 23년 만이다. 5살 때 떠났다가 28살이 돼 돌아온 것이다. 7살 된 수컷 새끼 샤오리우(小禮物, 작은 선물)도 함께 왔다. 중국이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과 맺었던 22년의 임대 기간이 끝나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로써 이제 미국에 있는 판다는 워싱턴 동물원 3마리뿐이다. 바이윈의 귀환을 전하는 중국 CCTV 기사를 잠시 보자.

대왕판다 '샤오리우'는 '바이윈'의 여섯 번째 새끼다. 2012년 7월 태어났고, 그의 엄마 '바이윈'의 22년 미국 여행 기간 중 얻은 막내다. 이번 귀국으로 샤오리우는 처음으로 조국 땅을 밟았다.( 大熊猫“小礼物”是“白云”的第6只幼崽,2012年7月出生,也是妈妈“白云”22年旅美生涯中,最小的孩子,此次回国,也将是“小礼物”第一次踏上祖国的土地。)

중국 사람들의 판다 사랑이 유별나다 보니, 기사도 사람인 것처럼 의인화해서 썼다. 동물의 어미는 보통 '어미 모(母)'를 앞에 써서 母狗(어미 개), 母猫(어미 고양이) 이렇게 표현하는데 사람의 엄마(妈妈)를 그대로 썼다. 샤오리우를 바이윈의 막내 아이(最小的孩子)라고 쓴 표현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바이윈이 미국에 있었던 것을 '미국 여행(旅美)'이라고 분명히 못 박고, 마치 사람이 돌아온 것처럼 '귀국(回国)했다', 샤오리우가 중국에 온 것을 두고는 처음으로 '조국 땅(祖国的土地)'을 밟았다고 쓴 것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미국에 대한 불쾌한 시각, 지금의 미·중 갈등과 무관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바이윈의 귀국을 전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 반응을 보자.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 중 두 화면만 캡처했다.

환영 일색 댓글 속 앙금 '미국엔 다시 보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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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23년 만에 중국에 돌아온 '바이윈'과 새끼 '샤오리우'를 환영하는 댓글이다. '집에 온 걸 환영한다' '고향 음식이 맛있을 거'라는 덕담도 있다. '새끼가 죽순을 잘 먹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댓글과 '시차에 적응해야 한다'는 장난스러운 댓글도 보인다. 캡처 사진에는 없지만 '중국 말을 다 잊었을 텐데' '영어와 중국어를 다 하는 판다가 생겼다'는 댓글도 있다.

그런데 심심찮게 미국을 겨냥한 댓글도 눈에 띈다. '23년 알바 생활 끝났다'는 댓글에서부터 '판다를 미국에 주지 마라' '미국에 있는 판다 다 데려와라'는 댓글도 보인다. 중국 매체의 기사가 이런 반응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관영매체의 잇따른 보도에 중국 민심이 반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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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복원 성공은 국제협력의 결과

멸종위기종이었던 판다는 복원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2015년 한 단계 위인 '멸종 취약종'으로 격상됐다. 판다가 멸종위기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국제협력의 결과이다.

중국 정부는 1980년 세계자연기금(WWF)과 협력해 쓰촨성 청두에 '대왕판다 번식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30년 전 6마리로 시작한 이 연구센터의 판다 복원사업은 지금 194마리로 늘었다. 또 14개 국가 16개 동물원과 함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공동연구도 진행했다. 이런 노력으로 중국 임업부 통계로 1977년 1,114마리 이던 중국 판다가 멸종 취약종으로 격상된 2015년 1,864마리로 늘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외국 동물원에서도 37마리의 판다가 태어났다. 서울 면적의 3배에 이르는 중국 간쑤성 바이수이장 판다 자연 보호구에도 110마리의 야생 판다가 서식하고 있다.

'바이윈'과 '샤오리우'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열린 고별식에는 미국 시민 1천여 명이 줄을 섰다고 한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판다를 다시는 그곳에서 볼 수 없다는 데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국제협력의 결과가 아무리 성공적이어도 그 결실을 같이 나누지 않으면 모든 것이 이처럼 흐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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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 깎기' 미·중 패권경쟁.. 피해는 '양국 국민'

미·중 패권경쟁이 종착지를 정하지 않은 채 마구 달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연일 거친 발언이 쏟아지고, 그 수위에 따라 시장도 요동친다. 그런데 이 싸움의 결과가 무엇일지 짐작되는 국면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미국 CNN은 월마트 최고 재무책임자(CFO) 브렛 피스의 말을 빌려 "고율 관세는 결국 우리 소비자들에 대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USB 애널리스트 마이클 래서는 월마트의 중국산 의존도가 26%, 경쟁업체인 타깃(Target)은 3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에서 의류의 41%, 신발 72%, 여행용품은 84%가 중국산이어서 관세 인상이 곧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고율 관세를 결국 미국의 수입업자가 물게 될 것이고, 이는 소매 가격으로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미국 내부의 우려를 전한 것이다.

중국에선 애국주의 모습을 한 반미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미국의 화웨이 타격에 반발해 중국의 몇몇 중소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IT 기업들이 화웨이 제품 독점 구매를 선언했다. SNS 등에는 미·중 무역전쟁 초입이었던 지난해 초·중순 있었던 '청바지는 미국에서 들어온 것이니 벗어 버려라' '애플 아이폰을 모두 버려라.'라는 선동이 재연될 조짐이다. 2012년 중국에서 벌어진 반일 시위는 결과적으로 중국 내 일본 기업을 동남아로 내쫓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의 중국 경제 성장은 '개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야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 돌입한 중국 입장에서 애국주의적 폐쇄 정책은 자충수일 뿐이다. 그 대가는 14억 중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마주 달리는 기차,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이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안양봉 기자 (beeb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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