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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MT리포트] 하루 15시간 게임하는 우리 아이, 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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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서진욱 기자, 민승기 기자, 김지영 기자, 김하늬 기자, 박효주 기자, 김유경 기자] [편집자주] ‘놀이문화냐 잠재적 질병이냐.’ 우리 국민의 67%가 즐기고 연간 5조원 이상 수출 실적을 내고 있는 게임. 몇년 뒤면 질병의 원인으로 예방과 치료의 대상이 될 지 모른다.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e스포츠 게이머나 게임 개발자를 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20~28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리는 총회(WHA)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게임 질병코드 논란을 긴급 점검해봤다.

['질병' 기로 선 게임](종합)]


e스포츠 선수도 환자?…'게임 질병' 논란

['질병' 기로 선 게임]①WHO, 게임이용장애 질병분류 추진…찬반 갈등, 업계 규제 우려

머니투데이

WHO가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게임 과몰입)’ 항목을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개정안을 확정할 경우, 앞으로 게임이용장애는 질병으로 규정된다. 게임이용장애가 우울증, 알코올중독처럼 정식 병명이 된다는 얘기다.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해 한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이 치료나 재활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데 주요 지침이 된다. 의학계는 “국민 보건에 도움될 것”이라며 반기지만 게임·콘텐츠 업계는 낙인 효과와 산업 위축을 우려한다. 막대한 경제효과에도 불구하고 사회문제 주범으로 몰려왔던 게임. 잠재적 질병 요인으로 분류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다.

◇게임 많이하면 잠재적 환자?=WHO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건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할 경우 뇌가 일반인과 다르게 작동해 일상생활까지 조절 불능 상태에 빠진다는 연구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질병코드를 정식 지정해야 적절한 치료법과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모든 게임 이용자들을 잠재적 치료 대상자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인의 정서적 환경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기보다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 자체를 원인으로 볼 개연성이 많다는 것.

예를 들어 게임을 많이 하는 청소년이 성적이 떨어지거나 예전과 다른 이상행동을 보이면 실제 원인이 우울증이나 교우 관계, 학업스트레스, 부모와의 갈등 등 복합적 요인일 수 있는데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과잉진료 남발 우려도 있다.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 이경민 교수(신경과)는 얼마 전 관련 토론회에서 “성장 과정에서 겪는 정상적 몰입활동을 병적인 것으로 오인해 정신질환자로 낙인찍을 우려가 크다”며 “우울증이라고 하면 심각하고 부모한테도 책임이 있어 보이지만 게임중독은 그렇지 않고, 의료인 입장에서도 개인의 우울증 원인에 대해 복잡하게 얘기하기보다 ‘게임장애’ 한마디면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갈팡질팡…속끓이는 업계=ICD는 나라별로 치료나 재활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권고안이다. 당장 질병으로 법제화하라는 지침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주무 부처간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관련 정책 수립에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ICD 개정안이 승인될 경우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도 반영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이용을 질병으로 규정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질병코드로 섣부르게 분류하면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곤혹스러운 건 게임 산업계다.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할 경우,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게임을 잠재적 유해 콘텐츠로 분류하게 된다. 당장 국내 게임산업이 향후 10조원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게임=질병’이라는 등식을 근거로 한 각종 규제가 남발할 우려도 있다. WHO 결정이후 후속 조치에 따라 정부나 국회가 게임이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청소년 문제, 사회 범죄가 나올 때마다 게임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은데 질병화 분위기를 타면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될 것”이라며 “게임사 부담금 등 재정적 압박까지 가해지면 소형 개발사나 스타트업들은 사업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ICD 개정안이 승인되더라도 각 나라에 적용하려면 상당기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며 “관련 연구가 충분하지 않고 객관적 진단기준 치료방법도 불분명한데 국내 실정에 맞춰 선택적으로 이를 도입하거나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등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게임이 담배·도박?… 매출 '10조' 사라진다

['질병' 기로 선 게임]②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 시 시장위축, 규제 여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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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악재에 직면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부여가 임박하면서 게임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매출 축소로 인한 수익성 급감은 물론 각종 규제 여파에 휩싸일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하다.

◇"게임매출 3년간 10조 사라질 것"=WHO 총회를 앞두고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등 게임산업 관련 협회와 단체 27곳은 게임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과학·의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이용장애의 정의와 중독에 빠지는 성향, 환경 등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질병 분류를 강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될 경우 게임과 게임산업을 잠재적 ‘병인(病因)’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게임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및 학계의 진단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등재 이후 2023~2025년 3년간 게임시장 위축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덕주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액수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로 사라질 고용 규모도 87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게임사들의 마케팅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 전반에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 게임사들이 과거와 동일한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 위해 투입해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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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를 소개하는 WHO의 영상 캡쳐. /출처=WHO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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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세' 매길까… 각종 규제 우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로 각종 산업 규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업계가 우려하는 점이다. 우선 치료 및 예방사업을 명목으로 일정금액의 부담금을 징수하는 ‘중독세’가 우선 신설될 수 있다. 카지노·경마·경륜·경정 도박중독예방치유부담금, 담배 국민건강증진부담금처럼 게임사 매출 일부를 징수하는 방식이다.

게임 중독세 징수를 위한 입법 규제 시도가 실제 여러 차례 있었다. 2013년 박성호,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경우 게임사 매출의 각각 5%, 1%를 게임과몰입 치료와 업계 상생을 위한 자금으로 징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독세뿐 아니라 △게임 실행 시 게임과몰입 경고문구 표시 △청소년 이용매체 게임광고 제한 △게임중독 예방 및 치유센터 설치 등을 법으로 강제할 수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중독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WHO의 질병코드 등재를 따르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국내 실정에 맞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상식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질병코드 도입은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욱 기자


‘게임중독=질병’…의료계 "마약중독과 유사"

['질병' 기로 선 게임]③쾌감 느끼는 ‘도파민’ 분비…중증 행위중독시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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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서는 안된다’는 게임산업계와 달리 의료계는 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파괴될 정도라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흔히 금단증상 등을 동반하는 중독이라고 하면 마약이나 알코올과 같은 물질중독을 떠올린다. 하지만 특정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도박이나 게임, 운동 등 어떤 행위만으로도 중독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게임 등에 몰두하면 뇌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게 하는 물질인 도파민이 계속 분비된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다. 분비된 도파민은 뇌의 전두엽을 자극하는데, 이 자극이 계속되면 충동을 자제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게임에 중독된다.

또 도파민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도파민 회로의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관련 뇌의 영역에도 변형이 일어나서 일반적인 보상에 대해서 흥미를 덜 느끼게 되고, 결국 특정 행위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실제로 행위중독 환자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상은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따르면 마약 중독자와 게임 중독자의 뇌를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검사한 결과 전두엽 등 뇌의 같은 부위가 활성화됐다. 해당 연구는 해외 과학저널인 '씨엔에스 스펙트럼스(CNS Spectrums)지'에 2010년 3월 게재됐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을 한다고 모두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게임중독 환자들도 있다”며 “게임 중독도 다른 중독에서 보이는 신경생리학적 변화와 유사하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터넷 게임중독자 치료를 위한 가상현실치료 프로그램 콘텐츠 개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터넷게임 중독이 병적도박, 약물중독과 유사해 갈망, 내성, 금단 증상이 나타나고 충동장애, 우울불안 장애를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적인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인터넷게임 중독과 관련된 가장 큰 역기능으로는 ‘공격성 증가’와 ‘인지기능저하’를 꼽았다. 인터넷게임에 빠진 자녀가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부모가 게임에 빠져 자녀를 돌보지 않는 경우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2차적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왕따 문제 등으로 학교생활이 어렵거나 가족과 갈등을 겪은 청소년들이 정서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 게임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게임에 빠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초점을 맞춰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정부의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0.7%로 증가 추세이며,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의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해국 교수 연구(2011)에 따르면 인터넷과 게임 과몰입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5조4570억원이며, 이중 직접의료 비용만 21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 추계액 3조856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의학계의 의견이다.

민승기 기자


'틈만 나면 규제'…'동네북' 게임업계 수난

['질병' 기로 선 게임]④신데렐라법에 그림자 규제까지…"게임엔 돈 쓰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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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게임?” 게임 산업은 한류의 주역, 수출 효자로 추대 받다가도 원인 모를 흉악 범죄가 터지면 사회악으로 뭇매를 맞기 일쑤다. 게임이 사회 전반의 부정적 시선은 고스란히 게임 산업 규제로 이어져 왔다.

◇12시가 되면 끝나는 신데렐라법 ‘셧다운제’=대표적인 게임업종 규제가 심야 및 새벽시간대(0시~6시)에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다. 청소년 게임 중독 예방을 이유로 2011년 시행됐다. 청소년들이 심야시간에 게임을 제한함으로써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해야 한다는 게 여성가족부의 입장이다. 이 규제는 2년마다 재평가를 통해 개선·보완·폐지 등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신데렐라법’이라고 조롱을 받으며, 국내 게임기업들만 옥죄는 ‘반쪽짜리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해외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다. 정책 시행 후 지금까지도 형평성 문제와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임 시간 통제 방식이 과몰입이나 중독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며, 청소년 권리를 침해하고 문화콘텐츠를 향유할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반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게임엔 돈쓰지 말아라?…결제한도 ‘제한’=게임 규제 대상에는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도 포함돼 있다. 성인들의 과도한 결제를 제한하기 위한 온라인 게임 결제 한도 규제다. 결제 한도는 2003년 성인 기준 월 30만원으로 처음 도입됐다가 2009년엔 한도가 50만원으로 상향됐다. 청소년 기준으로는 7만원이 한도다.

온라인 게임 결제 한도는 법 테두리가 아닌 자율 규제 형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한다. 법에 근거하지 않지만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사의 게임 등급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해당 금액을 넘어가면 등급분류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림자 규제’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이 제도는 결제액 한도가 없는 모바일 게임과의 형평성 시비로 비판받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모바일 게임 개발에 치중해온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 개선 계획안 발표를 통해 PC 온라인게임의 결제 한도를 올리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결제 한도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사의 핵심 사업모델 중 하나인 ‘확률형 아이템’ 이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PCㆍ모바일 게임 내에서 이용자에게 유료로 판매되는 무작위 게임 아이템이다. 과도한 지출을 유도한다는 지적에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청소년 보호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는 게임 등급심의 기준에 확률형 아이템 보유 여부를 반영하는 방안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매출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모두 규제하는 상황에서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그동안 게임사들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해왔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산업이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지영 기자


국회 쌓인 게임 규제 法...산넘어 산

[the300][‘질병’ 기로 선 게임]국회 '게임법 개정안' 22개 계류 중…'셧다운제 폐지법' 18개월째 논의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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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플레이엑스포(PlayX4)가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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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바라보는 국회의 기본 시선은 규제다. 규제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시장과 트렌드의 속도감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시도만 15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엔 '중독' 이었다. 2005년 논의되기 시작한 게임 ‘셧다운제’는 2011년 법으로 명문화한 뒤 2021년까지 연장시행된다. 박근혜 정부는 게임을 알콜, 도박, 마약 등과 함께 사회 ‘4대 악(惡)’ 이자 중독물질로 꼽으며 규제 논리에 힘을 보탰다.

이번엔 '병'이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은 '게임중독은 질병'이라며 게임업계가 예방치료 부담금을 내야한다는 논의를 진행했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에 계류중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2개다. 주로 △셧다운제 폐지 △게임등급분류 개정 △확률형 아이템 제재 △불법게임물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여성가족위원회 소관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까지 더하면 30여개에 달한다.

반대 흐름도 있다. '불필요한 규제 완화' 와 생태계 융성을 위한 '필요한 규제 설정'으로 나눈다. 공통점은 결국 건전한 게임생태계 활성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함께 ‘4차산업 혁명’의 주요 디딤돌 중 하나로 게임산업을 언급하면서 기조가 바뀌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제4차 게임콘텐츠 진흥 중장기계획‘을 수립, 게임물 등급제를 포함한 여러 규제의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게임 업계도 "게임을 영상과 시나리오의 종합콘텐츠로 장려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한다"며 규제 철폐 요구로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게임업계가 지적하는 셧다운제 외에도 아직도 국내 게임시장만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로 △게임 이용 경과시간 표시 △클라이언트 내 등급 표시△내용 수정 신고제 등이 남아있다.

2017년 11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담고 있다. 김 의원은 "청소년 게임 과몰입에 대한 복잡한 원인 분석과 처방 없이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행정 편의적 규제"라며 발의 취지를 밝혔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은 게임의 사회문화적 기능 및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토록 법에 명시했다. 게임을 '중독', '질병' 등으로 규정짓기에 앞서 정확한 분석과 통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올바른 게임 생태계 구축을 위한 규제 신설도 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게임 먹튀 금지법'(게임법 개정안)은 사용자 보호와 생태계 정화를 강화한다. 게임업체들이 서비스 중단 며칠 전 급작스럽게 공지하지 못하도록 명시해 일방적인 종료로 인한 아이템, 재화, 정액 요금 피해 사태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일명 'VR(가상현실)산업 진흥법'(게임법 개정안)은 VR 게임물의 정의와 개발사업 추진 근거를 마련해 활성화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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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중독? 놀이?…게임보는 엄마·아들 다른 '눈'

['질병' 기로 선 게임⑥성별·세대별 의견차…질병규정 女·40대이상 찬성, 男·30대이하 반대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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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용장애를 질병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성별·세대별로 찬반이 엇갈린 양상을 보인다. 여성과 40대 이상에서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체로 찬성하지만 남성과 2030세대는 반대여론이 우세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6187명을 상대로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최종 511명이 응답 완료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다.

조사 결과를 보면 '술·도박·마약 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질병으로 분류·관리하는 데 찬성한다'는 의견은 45.1%, '놀이문화에 대한 지나친 규제일 수 있으므로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 반대한다'는 36.1%다. '무응답 및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18.8%였다.

결과만 보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찬성 여론이 약 9%포인트 앞서 우세하지만, 성별·세대별로 나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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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로는 게임 질병 분류에 대해 여성에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찬성 50.1%, 반대 28.0%다. 남성은 찬성 40.0%, 반대 44.4%로 반대가 많다.

연령별로는 학생(찬성 43.2%, 반대 49.9%), 20대(찬성 40.9%, 반대 46.5%)와 30대(찬성 39.7%, 반대 45.4%)까지는 반대가 많다.

머니투데이

반면 40대부터는 찬성이 더 우세하다. 40대는 찬성 42.3% 반대 40.9%, 50대는 찬성 53.3%, 반대 32.2%로 조사됐다. 60대 이상은 찬성 47.1%, 반대 22.7%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게임 이용 정도는 알 수 없지만, 게임 이용 경험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이 게임에 대한 이해, 관심, 애정이 적은 건 분명해 보인다"며 "남편이나 자녀의 게임 몰입, 게임 이용 시 간 증가에 따른 불만이 있을 테니,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어 "성별에서 차이를 보인 것처럼 세대별 차이도 게임 이용 경험이나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 학생이나 20~30세대가 다른 직업이나 연령대보다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스스로 중독 질환으로 보는 시각이 적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강미선 기자 river@mt.co.kr, 서진욱 기자 sjw@mt.co.kr, 민승기 기자 a1382a@mt.co.kr,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박효주 기자 app@, 김유경 기자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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