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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캐스팅보트 쥔 이명희…한진그룹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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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동일인(총수)으로 직권 지정됐지만, 지분 상속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가족 간 갈등 관계가 지속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법정 상속분이 가장 많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입김에 따라 상속 지분 정리와 계열 분리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비즈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 사옥. /조선일보DB



20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최대주주인 고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지분 보통주 1055만3258주(17.84%)에 대한 상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전 이사장 등 상속인들은 법무법인 등과 함께 재산 상속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조양호 회장의 별도 유언이 없을 경우 지분 17.84%에서 이명희 전 이사장이 5.94%를 받고, 조원태‧현아‧현민 3남매는 각 3.96%를 받게 된다. 현재 보유 중인 지분을 고려하면 조원태(6.30%) 조현아(6.27%), 조현민(6.26%), 이명희(5.94%)로 지분이 엇비슷한 수준으로 분배된다. 이명희 전 이사장이 자신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거나 조원태‧현아‧현민 중 누구에게 지분을 양보하는지에 따라 그룹 내 발언권 비중이나 상속세 부담 주체 등이 달라질 수 있다.

한진그룹은 공정위에 정해진 기간 안에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내부 갈등을 노출했고, 그룹 안팎에서 조원태 회장의 회장직 선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조원태 회장의 그룹 승계가 확실한 상황에서 동일인 변경 신청서 제출이 늦어진 것에 대해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가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희 전 이사장도 아들 조원태보다 딸 조현아‧조현민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그룹 승계가 정해지면 후계자가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LG 등 다른 그룹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구광모 LG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LG 지분 1945만8169주(11.3%) 가운데 1512만2169주(8.8%)를 상속 받았다. 구본무 회장의 장녀 구연경씨와 차녀 구연수씨는 각각 346만4000주(2.0%), 87만2000주(0.5%)로 일부 지분만 확보했다.

결국 한진그룹이 선대 회장 때처럼 다시 분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진그룹은 고 조중훈 창업주 별세 이후 장남 조양호 회장이 그룹과 대한항공을, 차남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 삼남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 막내 조정호 회장이 메리츠금융을 각각 물려받으며 계열 분리 했다.

한진그룹 주요 사업은 항공운송업(대한항공, 진에어), 물류업(한진), 호텔업(칼호텔네트워크), 정보제공업(토파스여행정보), 임대업(정석기업), 여행업(한진관광) 등으로 나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지내는 등 호텔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만큼 그룹 내 호텔 사업을 분리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현민 전 전무도 근무 경력이 있는 진에어나 한진관광 계열 분리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한진그룹 내부 갈등이 심화될수록 조원태 회장 등 일가가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상장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4개월 동안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에 대한 상속세는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연간 400억~45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주식담보대출, 배당 확대 등이 재원 마련 방법으로 거론된다.

한진칼 주가는 2만5000원 수준에서 고 조양호 회장 별세 직후 4만4100원까지 치솟았다.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다가 공정위 총수 지정 논란이 일단락된 지난 14일 4만1200원으로 전일 대비 12.5% 상승했다. 조원태 회장 일가는 주식 가치 산정 기간이 종료되는 다음달 7일까지 한진칼 주가가 떨어지길 바라야 하지만, 갈등이 외부로 노출될수록 주가는 요동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명희 전 이사장이 그룹 승계와 상속 문제에 목소리를 내면서 내부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법정 상속분이 가장 많은 이명희 전 이사장 입김에 따라 그룹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ji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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