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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내년 예산 500조 돌파 예고… 재정부실 우려 안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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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내년엔 781조 넘어 / 빚더미에도 재정 살포 추진 / 정부, 성장동력부터 살려내야

세계일보

정부 예산이 내년에는 500조원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을 주문한 후 예산 팽창이 불가피한 일로 굳어진 탓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 자료에서 내년 예산 규모를 504조원으로 잡았다. 올해 정부 예산 470조원에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른 연평균 지출 증가율 7.3%를 곱한 액수다. 그러나 대통령이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만큼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재정 부실 우려가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예산을 충당할 세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빚을 내 재정을 살포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자재정을 꾸리면서 나랏빚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다. 정부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731조8000억원에서 내년 781조7000억원, 2022년에는 888조7000억원으로 늘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39.5%에서 내년에는 40.3%, 2022년에는 41.8%로 치솟는다고 한다. ‘채무 과다’ 를 알리는 위험선인 40%를 돌파해 ‘빚 수레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포퓰리즘을 앞세운 재정 살포가 본격화하면 재정 부실의 늪은 걷잡기 힘들 정도로 깊어질 수 있다.

나라 안팎의 사정은 악화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미·중 무역갈등에 멍들면서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국내에선 불황이 전례 없는 속도로 번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사 573곳을 조사한 결과 1분기 영업이익이 37%나 줄고, 4곳 중 1곳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런 판에 세수 전망이 밝을 턱이 없다. 1분기 세수가 지난해보다 8000억원이나 덜 걷힌 것은 이런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재정 살포 정책을 경고했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 지출만 늘린다면 나라 살림에 큰 부담을 주고, 성장률 하락의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성장을 이끌어낼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국정 방향에서는 경제성장을 도모할 만한 실질적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친노동 규제 등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정책만 쏟아낼 뿐이다. 그런 정책으로 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는가. 정부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외치기 전에 정책 기조부터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그것이 성장동력을 살리고, 나라가 빚더미에 오르는 것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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